<북리뷰>권여선 지음 ‘내 정원의 붉은 열매’
  • 2008년 단편소설 ‘사랑을 믿다’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권여선이 삼 년 만에 선보인 세번째 소설집.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단편들은 이렇다 할 커다란 사건이 없이도 독자를 휘몰아간다.
  • ▲ 내 정원의 붉은 열매ⓒ뉴데일리
    ▲ 내 정원의 붉은 열매ⓒ뉴데일리
    문학평론가 차미령은 “권여선 소설이 보여주는 내면의 디테일은 인물이 먹는 음식에도 살아 있다고 말한다.
    후미진 술집에서 옛 애인을 만난 ‘그녀’는 ‘나’에게 묻지도 않고 제육볶음과 해물볶음을 반반씩 섞은 안주를 주문한다.(사랑을 믿다)
    각각 이만원짜리 안주 두 가지를 반반씩, 오천원만 추가하는 선에서 주문하는 것을 본 ‘나’는 ‘그녀’의 지나온 시간을, 그 시간 속에서 변화한 내면을 짐작하고 자평한다. 또한, 퇴직한 뒤 매일 똑같은 일과를 반복하는 ‘그’가 아침마다 주문해 먹는 음식은 “맛에 가장 변화가 적은 죽”이다.(당신은 손에 잡힐 듯) 등이다.
    차미령은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이 어쩐지 바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것은 모든 소설의 본성이 아니라 좋은 소설에만 가능한 자질”이라며 “머리맡에 아껴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읽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한 책”이라고 평했다.
    문학동네 펴냄, 280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