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24개월 환원…현실적인 어려움 많기에 22개월 가장 유력육해공 사관학교 통합안…현역과 예비역 간 다른 시각 보이고 있어전력강화전략…기존의 전투장비 위주의 연구개발에서 정보자산 확보 비중 커질 듯
  •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태’ 이후 구성돼 3개월가량의 활동을 끝낸 ‘안보태세점검총괄회의(이하 안보점검회의)’가 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최종 결과를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10여 개 대과제와 50여 개 소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안보점검회의에서는 ▲병력감축계획 중단 ▲북한 비대칭 위협 대응능력 강화 ▲군복무 기간 24개월 환원 ▲대북 군사전략 변경 ▲국가 차원의 대규모 위기 및 전시 사태관리 기구 창설 ▲사이버전쟁 대응능력 강화 ▲자군 중심주의 근절 ▲고위직에 민간전문가 등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제안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군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건들이 몇 가지 있다.

    군복무 기간 24개월로 환원

    안보점검회의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계획 중인 군복무 21개월 안은 현대전 장비의 숙련도에 필요한 최소 시간, 교육 내용, 우리나라의 안보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너무 짧다고 판단, 군복무 기간을 기존의 24개월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군 복무 기간을 24개월로 환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뒤 “신중한 검토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군 당국에서는 현행 복무기간인 22개월을 유지하거나, 내년 2월 입영 대상자부터 적용되는 21개월에서 복무기간 단축을 더 이상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본 이유는 향후 입영대상자들에게 군복무 기간을 늘인다고 공언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지난 6.2지방선거와 7.28재보선에서 2030세대들에게 혼쭐이 난 정치권들이 보기에 군복무 기간 연장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로 비칠 수밖에 없다.

    또한 2030세대들의 지적처럼 군복무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안보역량이 크게 강화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도 고려하면 군복무 기간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대부분의 장병이 대학 재학생임을 고려할 때 휴복학에 따른 시간 손실이 없는 상한선인 22개월 정도에서 정해질 것으로 국방부 내외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안

    안보점검회의에서 나온 제안 중 국방부 내외를 술렁이게 만든 보고 중 하나가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통합과 제3사관학교의 국방부 직속기관화다.

    육해공군별로 있는 사관학교를 통폐합해 가칭 ‘국방사관학교’로 만들어 운영한다는 계획은 지난 2009년 초에도 제기된 바 있다. 육해공군 간의 통합작전능력이 뒤떨어지는 이유가 사관학교를 중심으로 한 각 군의 자군 중심주의가 원인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 논의는 예비역 장성들을 중심으로 ‘군의 직무와 특성을 무시한 계획’이라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 ‘천안함 사태’ 이후 드러난 합참에서의 통합작전능력 문제, 각 군 간의 소통 부족, 영관급 해군 장교가 청와대에 파견나간 자신의 선배에게 먼저 이 사건을 알리면서 청와대가 합참과 국방장관보다 더 일찍 사태를 알게 된 점 등에서 드러난 문제 등으로 인해 각 군의 자군 중심주의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보점검회의가 보고한 내용은 처음부터 물리적인 완전 통합은 아니다. 3사관학교 생도를 포함, 각 군 사관생도들은 1년 동안 함께 ‘국방사관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이후 자군 사관학교로 돌아가 집중교육을 받게 되는 방식이다. 영관급 장교들이 교육을 받게 되는 각 군 대학 또한 국방부 직속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함께 나왔다. 안보점검회의는 국방 사관학교와 국방대학을 통해 각 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는 한편,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 교수들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해 군 조직의 유연한 사고를 기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고 내용이 전해지자 예비역 장성 등은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재 재학 중인 생도들이나 젊은 장교들은 각 군 사관학교의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춘 나라로는 일본과 이스라엘이 있다. 일본 자위대는 각 군 사관학교가 없는 대신 방위대학교를 통해 자위대 장교들을 육성한다. 다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의무복무 기간이 없어 방위대학교를 졸업한 뒤 일반 기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한편 우리나라와 안보환경이 유사한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통합 사관학교를 운영 중이다. 이스라엘은 1년 이상 군복무를 한 병사들 중 우수한 병사들을 선발해 사관학교에 보내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장교가 사병들을 잘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어야 전투력이 높아진다는 걸 체험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복수(複數)의 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사관학교 간에도 경쟁 시스템을 도입, 군이 보다 뛰어난 인재를 골라 등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전력 강화…전투장비 위주에서 정보자산 확보로 중심 이동?

    현재 언론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지만, 정보능력 강화 부분도 향후 쟁점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은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에서는 ‘정보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도의 언급만 있었으나 이번 보고서에 첨부된 자료에 있다.

    ‘천안함 사태’는 우리 군이 그 위력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전투 장비를 확보하는 데에만 급급했지, 적을 먼저 찾아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자산 및 능력 확보에는 지나치게 미군에 의존했던 문제를 드러냈다. 또한 북한의 소형 잠수정이나 반잠수정 등 ‘비대칭 전력’ 위협에 대해서도 그동안 너무 과소평가해왔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런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이나 실행계획까지는 제시하지 않는 안보점검회의의 특성상 이번 보고에서는 정보능력 문제에 대한 언급 정도에서 그쳤지만, 향후 안보점검회의가 보고서를 통해 제안한 정책들이 실행될 때에는 방위사업 관련 부서, 연구개발부서들, 이들 중에서도 전투장비 관련 부서와 정보자산 관련 부서 간에 알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그동안 우리 군의 전력개발 추이를 살펴보면 양적 기준만 내세우는 ‘국산화’와 ‘세계 최고’ 세계 최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정보자산 확보에 있어서도 이런 식으로 추진하다보면 분명히 예산과 전력화 기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게 민간 군사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방개혁 2020, 수정돼야

    이상의 쟁점 이외에도 안보점검회의는 현재 60만 명 규모의 병력을 2020년까지 51만7000명으로 줄이는 병력감축계획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개혁 2020’이 ‘군 선진화’를 이유로 육군의 최정예 예비사단 중 일부는 해체, 전투여단으로 편성할 것이라는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면, 우리 군의 전투대비능력을 약화시킨다고 보는 것이 안보점검회의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이번 보고 내용은 일부는 국방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실행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우)의 검토를 거쳐 정책으로 제안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각종 개혁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추진되었나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그 실행이다. 결국 안보점검회의의 결과를 군과 정부가 어떻게 수용하고 적용하는지에 따라 국방부 안팎의 정서는 물론, 군 전력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