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명 21일 만에 끝내 낙마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김 후보자 자진사퇴에 대해 "고뇌어린 선택으로 이해한다"며 다행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 27일 열린 한나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의원 대다수가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입장을 밝힐 정도로 여권 내부에서 부정적 기류가 강해진 것도 김 후보자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
- ▲ 지명 이후 21일 만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연합뉴스
또 48세의 '젊은 총리 후보자'로 '농민출신의 입지적 인물, 소통과 통합의 젊은 내각'등을 내걸고 8.8개각 당시 기대를 받았던 김 후보자는 '박연차 게이트'와 정치자금 대출 등에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며 부정적 여론이 가중됐다는 평이다.
결정적으로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과의 만난 시점을 설명하면서부터 위증논란에 휩싸이게 됐고, 2007년 이전 일면식도 없었다고 주장했던 박 전 회장과 2006년 찍은사진이 공개돼 비판을 받았다.
한나라당 친이계 한 의원은 김 후보자 자진사퇴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빠르게 (김 후보자가)결정을 내려준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당으로선 유력 대선주자를 되도록 많이 배출해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되자는 의도였는데 이렇게 상처만 입은 채 끝나버려서 유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 후보자에 대한 여당내 자진사퇴 요청이 커지자 오는 30~31일 충남 천안에서 열릴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김 후보자 거취를 두고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으나, 김 후보자 사퇴표명으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은 김 후보자에 대한 공세와 함께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문제삼으며 비판을 이어갔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자의 사의 표명과 관련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번 일은 공직자의 도덕적 기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본인 스스로 인정했듯이 청문회에서 나타난 일은 앞으로도 정부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져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박 대표는 또 "아직 젊으니까 많은 기회가 있을테니 절망하거나 좌절할 필요 없다"며 "김 후보자 스스로 말했듯 국민을 위해 더 큰 노력을 해 줄 것"이라고 위로를 건넸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자진사퇴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 인사검증제도의 근본적 쇄신을 주문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에 관여했던 사람들의 경질도 불가피하다"며 "청렴성과 진실성에 대한 인사검증도 안한 채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구한 청와대부터 전면쇄신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총리 서리를 포함해 역대 총리 후보자 가운데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이래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돼 낙마한 총리 후보자는 김 후보자가 세번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