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 보호"는 변명? 결국 돈 때문에…

    호셉 과르디올라 FC 바르셀로나 감독이 리오넬 메시의 출전 여부를 놓고 반나절 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촌극을 빚었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소중한' 메시를 보호하겠다며 '경기 출전 불가' 방침을 전달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바르셀로나 부회장과 독대를 가진 직후 돌연 메시를 출전시키겠다는 뜻을 구단 측에 전달했다.

  • ▲ 3일 기자회견 직후 믹스트존에서 메시와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기다리던 취재진이
    ▲ 3일 기자회견 직후 믹스트존에서 메시와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기다리던 취재진이 "믹스트존 인터뷰가 취소됐다"는 주최 측의 설명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박지현 기자

    당초 메시를 포함해 주전 선수 대부분을 쉬게 한 뒤 유소년 선수들을 중심으로 K-리스 올스타팀과의 일전에 나설 뜻을 비쳤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4일 오전 구단을 통해 "전날 공식 훈련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 경기 출전을 허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일 오후 8시에 펼쳐질 K-리스 올스타팀과의 친선 경기에는 리오넬 메시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비롯, 다니엘 알베스, 가브리엘 밀리토 등 방한한 주축 선수들이 일정 시간 이상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 FC 바르셀로나 유망주들의 연습 상대로 전락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만일 메시의 출전 시간 문제가 계약서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바르셀로나의 주축 선수들은 아마도 친선 경기 출전 대신 2군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며 출국전까지 편안한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날까지만해도 "메시의 몸무게가 1~2kg 가량 늘어났고 그동안 훈련을 하지 않아 컨디션 역시 엉망"이라며 "출전 강행시 부상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출전 불가'의 대표적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이튿날 감독은 "오후 훈련을 통해 메시가 정상 컨디션임을 확인했다"면서 메시의 출전 의사를 밝히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 ▲ 훈련 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메시. ⓒ 박지현 기자
    ▲ 훈련 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메시. ⓒ 박지현 기자

    선수 개인의 컨디션이 하루 만에 좋아질리가 없다는 상식에 비춰볼 때 감독의 이같은 결정에는 선수의 건강 문제가 아닌 또 다른 문제가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번 행사를 위해 바르셀로나를 직접 초청한 프로모터 ㈜스포츠앤스토리의 정태성 대표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당혹스러운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취재진에게 "계약서에 메시가 뛰는 것이 핵심 조항으로 담겨 있는데, 과르디올라 감독이 한국 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메시의 출전 불가 방침을 전달한 감독의 처사는 신의원칙에 위배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정 대표는 "계약서엔 메시가 최소한 30분 이상 뛰도록 돼 있고, 그 조항에 많은 금액이 걸려 있는 만큼 바르셀로나 이사진과 다시 대화를 나눠 전반전만이라도 메시가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약속했다. 사실상 메시가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경우 바르셀로나가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

    다음은 3일 기자회견 직후 있었던 ㈜스포츠앤스토리 정태성 대표의 발언 주요 내용.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함된 FC바르셀로나와 한국의 올스타팀이 맞붙는 경기는 흥행면에서 볼 때에도 지난 월드컵의 축구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됐다. 바르셀로나와 계약을 맺을 당시 메시가 뛰는 부분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었다. 감독이 이미 뱉은 말은 어쩔 수 없겠지만 당초 계약대로 메시가 전반전만이라도 뛸수 있도록 바르셀로나 이사진을 만나 얘기를 해보겠다.

    만일 억지로 메시가 출전해 성의없는 경기력을 선보이거나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할 경우 모든 책임은 저희가 질 것이다. 서로가 약속을 했으면 먼저 약속을 이행한 후에 2차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책임지면 된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언은 신의원칙에 위배된 행동이며 감독이 한국 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바르셀로나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그러나 투어는 축구 이외의 것들을 많이 해야 한다. 단순히 이기기 위한 대회가 아니라 팬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수반된다. 조금만 말씀들 더 드리면 이번 친선경기를 진행함에 있어 나머지 부분들도 굉장히 양보를 한 부분이 있다.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해서도 더 협의를 할 부분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메시의 출전 불가 방침과 관련 아무런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어제 메시는 뛴다고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감독의 영향력이 큰 것 같다. 다른 구단의 감독들과는 달리 거침없이 얘기하는 스타일 같다."

  • ▲ 훈련 중 선보인 메시(가운데)의 폭풍같은 드리블. ⓒ 박지현 기자
    ▲ 훈련 중 선보인 메시(가운데)의 폭풍같은 드리블. ⓒ 박지현 기자

    정 대표는 자신의 호언대로 이날 오후 바르셀로나 부회장을 만나 메시의 출전을 종용했고, 이튿날 과르디올라 감독은 구단 측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메시의 경기 출전을 승낙했다.

    정 대표와 이준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바르셀로나 이사진이 머물고 있던 메이필드 호텔을 찾아가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하며 "메시가 출전하지 않을 시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될 것"이라는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정 대표로부터 국내 여론이 악화된 것을 파악한 바르셀로나 부회장은 감독에게 주력 선수 대부분을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으면 경기 자체의 취소는 물론 구단 자체 이미지 훼손 등 곤란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을 거론했고 감독 역시 이같은 주장에 수긍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닷컴은 'EPA 통신'을 인용, 바르셀로나가 이번 내한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200만 유로(약 31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메시가 내한하지 않거나 30분 이상 경기에 뛰지 않을 경우 바르셀로나는 20%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골닷컴이 소개한대로 ㈜스포츠앤스토리가 바르셀로나에 건넨 개런티가 200만 유로가 맞다면 바르셀로가나 계약 위반시 지급해야 하는 위약금은 40만 유로(약 6억원)라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메시의 건강을 끔찍히 아끼는 행보를 보였던 바르셀로나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자신들의 주장대로 부상 위험이 농후한 메시를 경기장에 몰아넣은 셈이다.

    다음은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기자회견에 참석한 호셉 과르디올라 FC바르셀로나 감독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전문.

    - 경기를 앞둔 소감을 듣고 싶다.

    ▲호셉 과르디올라 FC바르셀로나 감독 : K-리스 올스타팀과 경기를 갖게 돼 영광이다. 많은 선수들이 휴가로 인해 참여하지 못했지만 다른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 지난해 말 열린 FIFA(피파) 클럽 월드컵에서 한국의 포항스틸러스을 꺾고 올라온 아르헨티나의 에스투디안테스와 우승컵을 놓고 다툰 적이 있었는데 당시 포항의 경기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포항을 통해서 한국 축구의 경기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말해달라.

    ▲과르디올라 : 당시 포항의 경기를 생중계로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K-리그의 수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내일 경기가 바로 한국팀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가늠해 보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바르셀로나란 팀을 처음 접하는 한국 팬들도 있을텐데 과연 낯선 한국 땅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경기를 보여줄 것인지, 또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나름의 축구 철학이 있다면?

    ▲과르디올라 : 만일 한국에 바르셀로나를 처음으로 보는 팬들이 있다면 이들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있는 경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날 경기를 통해 바르셀로나의 경기 수준을 알고, 직접 목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남아공 월드컵을 끝으로 스페인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이 유로 2012까지 국가대표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는데…

    ▲과르디올라 : 아직 그 소식을 듣지 못했다. 국가대표로 뛰는 것은 물론 영광스러운 일이다. 푸욜 선수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이다.

    - 한국에 도착한 메시가 매우 피곤해 보였다. 내일 경기에서 얼마나 기용할 것인가?

    ▲과르디올라 : 원칙적으로 메시는 훈련만 하고 내일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을 것이다.

    - 그렇다면 이번 경기에서 주력 선수들이 모두 빠지게 되는데 새 시즌을 맞이하는 시점에 내일 경기를 통해 특별히 구상하는 점이나 주안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과르디올라 : 모든 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체크할 것이다. 한국의 많은 팬들은 바르셀로나의 주력 선수들이 출전하길 바라겠지만 메시도 프리 시즌 훈련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로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겠다.

    - 메시도 없고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도 없는데 내일 경기의 키플레이어를 뽑는다면?

    ▲과르디올라 : 모든 선수들이 다 키플레이어다.

    - 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선수로 출전해 한국과 맞붙은 적이 있는데 그때와 현재팀의 경기 수준 차이를 느낄 수 있는지, 혹은 발전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과르디올라 : 94년에도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2002년은 아시다시피 한국이 환상적인 결과를 낳았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 축구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페인 언론) 8월에 열리는 스페인 국가대표 경기에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기용될 예정인지 알고 싶다.

    ▲과르디올라 : 아직까지 바르셀로나에 소속된 7명의 스페인 대표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할지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요청을 받지 않은 상태다. 그렇지만 국가대표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시즌도 준비할 수도 있고 국가대표로서 영광스러운 경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수들에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내일 경기에 메시와 밀리토의 출전 여부가 불확실 한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과르디올라 : 특별한 이유는 없다.

    - 한국팬들이 적어도 메시 선수만큼은 운동장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내일 경기에서 메시를 뛰게 할 계획은 없는지 다시한번 묻겠다.

    ▲과르디올라 : 메시가 내일 출전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문제는 메시가 이전 시즌을 마치고 프리 시즌을 맞아 첫 날만 훈련을 진행한 상태다. 따라서 컨디션도 100%가 아니고 몸무게도 1~2kg 쪘다.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가운데 경기를 뛰면 부상의 위험이 있다. 비록 내일 경기 출전은 못하지만 팬들에게는 인사를 드릴 기회는 주고 싶다.

    - 새 시즌을 맞아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중앙미드필더로 (영입대상으로)염두해 둔 선수는 없는지?

    ▲과르디올라 : 바르셀로나의 스쿼드는 항상 새로운 선수의 영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도 우리팀은 충분히 준비가 잘 돼 있다. 확답을 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선수 영입 가능성이 100% 없다고 말 할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