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2월 세종시 수정 논란에서 '강도론'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갈등에서 박 전 대표에게 사과 요구를 한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수석은 지난 1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권 실세'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 묻자 '강도론'을 예로들었다. 강도론은 지난 2월 세종시 수정 논란 때 이 대통령이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친다"고 하자 박 전 대표가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받아치면서 벌어진 일이다.

  • ▲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연합뉴스
    ▲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연합뉴스

    당시 이 전 수석은 박 전 대표를 '박 의원'이라 부르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 전 수석은 인터뷰에서 "전에 강도론이 나왔을 때 박근혜 의원의 반응을 보고 대통령에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적절히 하겠습니다'고 한마디 딱 하고 한 것"이라며 "홍보란 게 결국 모든 일에 걸리니까 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수석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동관이 월권 한다'는 보고가 올라갔다. 그러나 대통령이 홍보 업무의 필요상 어쩔 수 없다는 걸 인정해줬다"며 "그래서 나는 인사나 이권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걸 했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요즘 국회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다시 세종시 문제를 꺼내 예로 들었다. 그는 "요즘 정치는 배신과 음모와 모략의 정치"라며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표결할 때 박근혜 의원이 반대토론하는데, 찬성표를 던진 105 중 누구 하나 나서서 발언하지 않더라. 무슨 '용각산 국회'인가. 부부싸움을 해도 화해하려면 따질 건 따지고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자신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계속 자신을 곁에 둔 이유에 대해 묻자 "그걸 내가 대답하긴 좀 그렇다"면서도 "꼭 얘기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을 공명(共鳴)하고 읽어내서 전달할 수 있었던 능력 아닐까. 하나 더 있다면 결기랄까, 충성심이랄까, 나름의 역할 인식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욕을 먹었던 것은 오로지 대통령 옆에 있다는 이유였다"며 "이해는 한다. 남자의 질투는 여자의 질투보다 무섭더라. 남자는 칼로 찌른다. 우리 DNA엔 궁중암투가 있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언제 그런 질투를 느꼈느냐'고 묻자 이 전 수석은 "6.2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선거관리 주무 책임자보다 내가 타깃이다"라며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나도 건너서 듣는다. 좀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에겐 차마 못하니까 그 욕을 나한테 한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내가 대통령과 여의도 사이를 가로막았다는데 내가 어떻게 그걸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후임 홍보수석에게 해준 충고를 묻자 그는 "말로 대통령을 호위하는 검객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생관을 갖고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고, 다음 '재.보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대통령이 하라는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 입장에선 대통령의 성공이 중요하다"며 "MB가 실패하면 신문사를 그만두고 MB의 '아바타'란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일한 나는 뭐가 되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내가 할 일이 국회의원이라면 또 칼 들고 가서 할 것"이라며 "폼 나는 자리 하라면 또 할 거다. 과거에 (청와대) 안의 것을 밖으로 전하는 소통은 못했지만 이젠 밖에 나가 민심을 알리는 소통의 창구가 되겠다. 마패 없는 암행어사가 돼 리포트를 쓰든 전화를 드리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