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마땅히 가야할 길은 뚜렷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명백합니다. 겨레의 지상명령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통일’입니다. 통일하지 않고는 태평양의 새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없습니다. 통일된 한국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사명을 30년 전에 내가 이야기했을 때에는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을 겁니다. “그건 꿈같은 이야기야.” 그러나 오늘은 좀 다릅니다. 귀 담아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이 장차 그런 큰일을 해야 할 나라라는 막연한 자부심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 꿈을 위해서 통일이 급선무인데, 1950년 여름 김일성이 시도한 그런 통일은 되지도 않지만 된다 해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자유가 없는 그런 통일은 역사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못합니다.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자유 있는 통일만이 세계사에 큰 공헌을 하는 그런 통일을 이룩할 수 있고 그렇게 통일된 조국만이 중국이나 일본 위에 설 수 있습니다.

    그런 정신을 가지고 볼 때, ‘평화 공존’이라는 말은 반민족적 구호입니다. ‘평화통일’을 내세우면 우선 통일도 안 되지만 평화도 없습니다. 물론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도 불사’라는 각오와 기백이 없이는 오늘처럼 끝없는 혼란과 무질서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7·4 공동성명’이니 ‘6·15’합의문이니 하는 것은 아무런 내용도 없는 빈말에 지나지 않고, ‘6자회담’같은 것은 삼복더위에 강에 물놀이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 회담이나 성명을 가지고 될 일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시간이나 끌자는 것인데, 시간을 끌면, 자유가 있는 체제보다는 자유가 없는 체제가 훨씬 견디기 어려워집니다. 오늘은 겨우 2만 명 정도가 탈북 하였다고 하지만 때가 되면 적어도 20만은 탈북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정일은 손들게 되겠지만, 시간을 끌어서 북에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2300만 동포의 고통을 생각하면 북은 하루라도 빨리 무너져야 하는데 매우 답답하게 여겨지는 것은 자유를 가졌다는 대한민국입니다.

    왜 대한민국은 분단된 상황에서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은 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가, 이것이 걱정입니다. 오늘도 우리가 힘써야 할 일은 첫째,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고 둘째, 도덕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고 셋째, 생산성의 수준을 높이는 일임이 분명한데 왜 준비를 하지 않고 이렇게 놀고만 있는 겁니까.

    누가 어느 지역구에서 당선되느냐 낙선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통일에 대비하여 세 가지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느냐 - 그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