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엽기적인 범죄들

    지난 6월 7일, 서울 영등포 신길동의 한 초등학교에 낯선 남자가 어슬렁거리며 들어오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그는 곧 한 여자아이에게 어깨동무를 한 채 사라졌다. 여자아이는 그 남자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장기가 손상되는 치명상을 입은 채 발견된 여자아이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경찰은 피해아동의 진술을 토대로 당일 오후 8시 경 범인을 검거했다. 김수철 사건의 전말이다.

    2010년 2월 24일. 부산 북구의 한 재개발 지구 가정집에서 여중생이 사라졌다. 음습한 빈집들이 늘어선 골목은 항상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실종된 여중생은 그 거리에 살고 있었다. 사건 발생 일주일 뒤 여중생은 성폭행당한 채 빈 집 물탱크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보름 뒤 잡혔다. 바로 김길태 사건이다.

    2008년 12월 11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지름길로 등교하던 여자아이가 한 중년남성에게 강제로 끌려가 성폭행 당했다. 중년남성은 아이를 구타하며 성폭행, 외음부와 장기를 짓이겨 놨다. 고통과 충격으로 실신상태에 이른 아이는 결국 병원으로 옮겨져 장기재건수술을 받았다. 범인은 경찰 수사 57시간 만에 잡혔다. 하지만 범인은 뉘우치기는커녕 담당 형사를 협박하고, 12년 형은 너무 가혹하다며 항소를 하기도 했다. 조두순 사건 이야기다.

    2008년 12월 6일 저녁, 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김 모 씨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에 거주하는 전교조 조합원인 초등학교 여교사 이 모의 자택에 침입, 성폭행을 시도했다. 수배중인 위원장을 피신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민노총 사무총장 등은 피해자에게 이명박 정부와의 투쟁을 위해 사건을 덮자고 피해자를 무마 또는 위협하려던 의혹이 제기됐고, 민노총은 도덕적 치명상을 입었다. 

    2007년 8월 31일 전남 보성 앞바다에 바닷구경을 위해 온 20대 남녀를 태운 한 70대 어부가 배를 띄웠다. 이 어부는 바다로 나간 뒤 여대생을 성폭행하기 위해 남학생을 먼저 죽인 뒤, 반항하는 여대생마저 물에 빠뜨린 후 흉기로 내리쳐 죽였다. 그는 9월 25일 바닷구경을 하겠다는 20대 여성 2명을 태워 바다로 나간 뒤 또 성추행을 시도했다. 여성들이 저항하자 그들도 바다에 빠뜨려 죽였다. 범인으로 밝혀진 뒤에도 어부는 전혀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아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보성어부 연쇄살인사건이다.

    이상은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은 성범죄 사건들이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실제 성범죄 사례 중에선 강호순 사건이나 유영철 사건보다 더한, 차마 상상하기도 어려운, 잔인한 범죄들이 많다. 그리고 다수의 범인들은 별 다른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

    매년 경찰에 접수되는 아동 성폭행 건수는 1천여 건이다. 여기에 성인 여성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성범죄는 결코 적지 않다. 각종 통계자료를 분석, 제공하는 ‘nationmaster.com’이라는 사이트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계 1위의 성범죄 국가는 남아공으로 인구 1천 명 당 1.19명의 피해자가 발생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0.77명으로 3위, 캐나다는 0.73명으로 5위, 미국이 0.3명으로 9위, 뉴질랜드가 0.21명으로 12위, 영국이 0.14명으로 13위, 프랑스가 0.139명으로 15위, 한국이 0.126명으로 1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는 다른 조사 결과도 있다. 2008년 초 여성부가 전국의 성인남녀 1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천 명 중 18명이 성폭행 또는 강제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경찰에 신고하는 비율은 7% 내외.

    한편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으로 경찰에 신고 된 성범죄는 1만1천105건이다.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를 근거로 추산해 보면 국내에서 일어나는 연간 성범죄는 최소 4만5천900건에서 최대 15만 건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여성부가 그동안 ‘느끼한 눈으로 쳐다만 봐도 성추행’이라는 식의 억지해석을 내놓으면서 여성부 자료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명예살인과 윤간이 정당화되는 이슬람 국가와 같이, 성범죄에 대한 정확한 국제적 통계를 따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나, 그렇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자료들에서 나타나는 대한민국의 심각한 성범죄 상황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남성들은 이런 통계를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만원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치한에게 추행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사례를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성범죄 비율 세계 수위권이라는 건 여성부의 조작’이라는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성범죄 해결책이 성매매 합법화?

    사회 일각에서는 지난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성범죄가 만연하게 된 이유를 ‘성매매 단속에 따른 풍선효과의 일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집창촌이 있었을 때는 몇 만 원이라는 작은 돈으로 미인들과 성관계를 맺을 수 있어 가난한 사람이나 무직자, 사회적 소외계층들도 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를 불법이라고 단속하면서 욕구를 풀지 못하는 사람들이 성범죄를 저지른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은 처음에는 ‘유흥업소 리뷰’ ‘골뱅이 사냥(술에 취한 여성을 데려가 성관계를 맺는 일을 일컫는 은어) 커뮤니티’ 등 퇴폐적인 폐쇄형 커뮤니티에서 나돌다 현재는 인터넷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런 주장과 뿌리를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관리하는 집창촌(일명 공창제) 도입과 섹스 자원봉사 활동에 관한 것이다. 공창제 도입은 ‘차라리 성관계를 돈으로 살 수 있게 하되 종사자들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해 문제를 줄이자’는 주장이다. 섹스 자원봉사 활동이란 장애인이나 외국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여성 자원봉사대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근본에는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고가 깔려 있다. 즉 ‘창녀가 되기를 원하거나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여성이 있을 것이고, 이들이 합법적인 창녀가 되면 성범죄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그들의 누이나 딸이 그런 일을 한다고 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한민국, 성매매 천국이 되기까지

    앞서 여성을 철저히 물화(物化), 객체화(客體化)한 주장을 펴는 이들이 말하는 ‘풍선효과’ 중 하나가 성매매 산업의 저변 확대를 의미한다.

    실제 집창촌 단속 이후 오피스텔 매춘, 전립선 마사지, 여대생 마사지, 출장안마, 불법대리운전, 대딸방, 노래방 도우미 등 별의별 성매매 업소가 ‘유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성업 중이다. 이런 가게들에서는 한 번에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이면 젊은 여성들의 몸을 사고 팔 수 있다.   

    이런 파생 성매매 업소들이 급격히 확산되자 기존의 유흥업소도 수위를 높여 룸 안에서 성관계를 갖는 일명 ‘풀살롱’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소위 ‘텐프로’라며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 해서 유명해졌던 룸살롱 접대부들도 음란쇼를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성매매를 유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성매매의 대중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채팅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는 물론이고, 주부들의 성매매 진출, 여대생들의 스폰서 찾기 사이트 성행, 돈을 주고 일반 여성들을 출연시키는 포르노의 범람, 성매매 키스방, 심지어는 이런 성매매 여성과 주부들을 대상으로 남학생들까지도 성매매 전선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성매매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성매매는 우리 사회의 도덕관념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1950년대 전쟁 직후에는 생존조차 어려웠던, 소외된 여성들이,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계층이 성매매 산업에 종사했었다. 그러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목돈을 벌기 위한 성매매’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이와 비슷했던 성매매는 1990년대 중반이후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일명 ‘단란주점’이라는 희한한 형태의 유흥업소들이 주택가에까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을 공급하는 ‘보도방’이라는 것도 함께 생겨났다. 이를 시작으로 성매매 산업은 본격적으로 그 세를 넓히기 시작했다. 이후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등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는 경제문제가 생기면서, 성매매 종사자는 더 이상 ‘불쌍한 여성’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여성들까지 일하는 곳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최근 각종 통계에서 전국의 유흥업소나 성매매 업소 수로 추정한 종사자 수가 평균 50만 명 이상이라는 발표가 다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20~30대 여성 10명 중 1명 꼴이 넘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유흥업소나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의 다수가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대학생, 주부들이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정부의 무책임한 유흥업소 관리와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업소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느슨하게 했고, 사업자 등록을 내고 세금만 제대로 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은 성접대까지 받으며 문제가 생겨도 쉬쉬하기 일쑤였다.

    영화, 방송 등 미디어들은 그릇된 가치관을 전파하는데 앞장섰다. 언제부턴가 성적 문란과 자유연애를 혼동하는 자들이 버젓이 ‘연애칼럼’이랍시고 글을 올리는가 하면, 조폭을 미화하듯 성매매나 유흥업소 여성들을 미화하는 영화들까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미디어들은 ‘센스 있고 능력 있는 여성이라면 이 정도 상품은 있어야 된다’는 식으로 사치품 구매를 부추기는가 하면, 다른 미디어에서는 ‘인생의 행복은 돈’ ‘쿨(Cool)한 여성이라면 프리섹스는 필수’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을 흩뜨려 놓았다. 이런  이상한 주장이 수 년 넘게 계속된 결과, 우리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 육체와 정신은 수단’이라는 가치관이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젊은 여성들은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미디어의 선전에 죄책감을 벗어던지고선 성매매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남성들은 이런 성매매 산업의 확산을 보며 그녀들이 나의 아내, 애인, 딸, 누이일수 있다는 생각도 없이, 그들의 몸을 탐하는 데만 급급하게 됐다. 

    국가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범죄, 성매매와 성범죄

    문제는 이 같은 성매매의 범람이 우리 사회에 깊은 그늘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평균 50만여 명의 20~30대 여성이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고 있고, 연간 5만여 명의 여성들이 성범죄 대상이 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성매매 여성의 경우 수많은 남성들에게 몸을 빌려주면서 온갖 질병에 시달린다. 성매매 생활로 사회나 가정에 대한 정상적인 가치관도 붕괴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불가능 해진다. 이들 중 나중에 그나마 운이 좋아 평범한 남성을 만나 결혼하고, ‘어머니’가 되는 이들도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벗어던지기 어렵다. 성범죄 피해자들 또한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이 남성에게 갖는 분노와 불신이 그들의 남편과 아이들에게 투사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가정 붕괴는 물론 그 고통이 후대에까지 전달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편, 남성들 또한 피해자가 된다. 평범하고 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남성들은 적기(適期)에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면서 결국 외로움을 이기는 방편으로 성매매를 선택, 여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잘못된 교육으로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여성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은 결국 자신의 배우자나 자녀 또한 물건 취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성매매와 성범죄는 장기적으로는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는, 구성원 간의 신뢰와 가치관을 영원히 무너뜨리는 범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성매매와 성범죄의 원인과 피해를 개인 차원에서만 연구하며 범죄 예방 또한 수동적인 면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2. 매년 세 번 일어나는 월남전, 교통사고'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