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이 꺼진 뒤에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는 한나라당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친이계에서 조차 이 대통령을 공격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대립각을 세우던 친박근혜계는 두말할 나위 없다.
사석에서 이 대통령의 정치력을 한참 비판하던 친박계 모 의원은 각 분야별로 이 대통령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조모조목 비판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누적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그러던 중 이 의원은 '이 분야'에서 멈칫했다. 바로 '외교'다. 이 의원은 "그래도 이 대통령이 외교는 정말 잘한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 ▲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간) 토론토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 설명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 지위 획득 등은 엄청난 외교적 성과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진보성향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엇박자를 우려했지만 한미동맹은 더 강화됐다는 평이다.
친박진영도 이 대통령의 '외교력'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 대통령이 특히 '외교'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한 측근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먼저 정상회담 전 상대 정상을 철저히 분석한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전 상대 정상에 대한 분석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 대통령의 경우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상대 정상을 철저히 분석한다. (정상의) 취미까지 알고 만난다"고 말했다. 정상에게 건네는 선물도 취미를 고려해 한다는 게 이 측근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상대국과의 협상을 직접 챙긴다는 것이다. 회담에서 상대국에게 얻어야 할 게 무엇이고 몇 개인지를 파악하고, 우리가 내 줘야 할 것과 개수를 직접 따져 실무진에게 전달한다는 게 이 측근의 설명이다. "실무진들은 얻어야 할 것 보다 내 줄 것을 최소화 하려는 습성이 강해 협상 내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게 무엇이고, 우리가 (상대국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그에 따른 문제는 없는지를 파악한 뒤 통 큰 협상을 한다"고 말한 뒤 "그러면 상대국도 좋아한다"고 했다.
세 번째는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의 '화법'이다.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상대국과 대척점에 있거나 경쟁국의 정상이 화제에 오를 경우 그 나라와 정상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고 이해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예를 들어 미국 부시 대통령과 회담에서 그가 중국 후진타오 주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면 이 대통령은 '중국의 입장이 이렇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신 후 주석을 만날 땐 이렇게 접근하면 괜찮다'는 식으로 답을 하고 후 주석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얘기를 한다"며 "그러면 그 정상은 이 대통령에 대해 '나도 뒤에서 이렇게 도와 줄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이 대통령이 매우 도움되는 사람으로 인식이 돼 있다"며 "그래서 각국 정상들이 이 대통령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UAE 원전수주를 예로 들며 "그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UAE를 두 번이나 찾아가고 프랑스 쪽으로 기울던 것을 UAE가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가격이 싸서 됐다고 하지만 외교에서 상대국과의 약속을 깨는 것은 가격만으로는 명분이 없다"면서 "이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좋은 평을 듣고 있고, '자신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