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나보고 이번 선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한마디로 난 노코멘트입니다. 그런 거 논평 낼 주제도 못되고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해서 얼굴 들고 다니기 민망한데 뭔 그런 얘기까지 했다가 화살 맞을 일 있냐고 했습니다.

    사람이 어느 정도는 다 정치적인 동물이기는 한데 목회자는 속으로야 어찌됐든 겉으로는 중도성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성경에도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했는데 목회자가 드러 내놓고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줄서기 하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종교인들이 지나치게 현실정치에 뛰어들어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설교 중 2, 3분 정도의 짧은 정치적 멘트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설교 시간 내내 3분지 2의 시간을 그런 얘기로 끌고 간다면 그건 설교가 아니고 정치연설입니다. 전 번에 어느 승려가 설법시간에 현실 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 종교 행위로 보기엔 무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 종교인들이 꼭 정치인들 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이들을 많이 봅니다. 물론 사회가 그렇게 하게끔 만든다고 하겠지만 내 생각엔 그건 그 쪽 사람들한테 맡기고 종교인은 종교인 본연의 자리에 충실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거 전에 모 의원하고 통화했는데 잘 될 거라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습니다. 진심이었습니다. 어느 당 사람하고 통화해도 같은 얘길 했을 겁니다. 결과는 온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겼든 졌든 다 하나님의 뜻입니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겼다고 자만해도 안 되고 졌다고 다 끝난 걸로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적대시하는 풍조가 너무 많습니다.
    특히 정치 풍토가 그렇습니다. 나하고 칼라가 다르더라도 그 다름 속에서의 적당한 조화가 오히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인데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적대감정이 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피차 적으로 생각하고 전투를 합니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은 불안합니다. 상생하는 정치 윈윈 하는 정치가 그립습니다.

    어차피 세상은 돌고 도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랫동안 백인이 지배하던 미국은 지금 흑인의 통치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금이 귀하지만 옛날엔 은이 금보다 귀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도 보면 ‘은과 금 나 없어도’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당도 야당 할 때가 있는 것이고, 야당도 여당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가난했던 가문이 부유한 가문이 될 수도 있고, 잘 나가던 집안이 몰락하는 수도 있습니다. 양복 깃이 넓을 때가 있는가 하면 좁은 때도 있습니다. 양복 아래 뒤편 중앙을 하나로 틀 때가 있는가 하면 둘로 틀 때가 있고 아니면 통으로 트지 않고 입을 때도 있습니다. 치마 길이가 짧을 때가 있는가 하면 길 때도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돌고 도는 건데 뭐 그렇게 지옥과 천당을 넘나드는 기분을 갖겠습니까.

    최근 이스라엘 특수 부대가 가자 지구로 접근하던 민간 구호 선단을 공격해 1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선택을 입었다는 이스라엘도 역시 문제가 있는 세상입니다. 기독교적 마인드가 지배하는 미국도 문제가 있고 기독교인이 정부 각료에 많이 기용된 대한민국 현 정부도 불완전한 세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이 여당 하라면 여당에 충실하고, 야당 하라면 야당에 충실하면 되는데 문제는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건 좀 지도자다운 면모가 아니다 라는 생각입니다. 요번에 새로 뽑힌 지도자들이 서로 다름을 잘 융합해서 아주 멋진 작품을 만드는 정치 풍토를 기대해 봅니다. 지난 정부 때도 그랬지만 정부는 국민이 편이 갈리지 않도록 정치하는 것이 진짜 잘하는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흑과 백, 좌와 우 딱 둘로 나누는 정치는 리더십 부재입니다.

    정이 있으면 반도 있고 합도 있고 이렇게 정반합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세상을 나쁜 놈하고 착한 놈 딱 둘로 나눌 수 있겠습니까. 편 가르기 식 정치 풍토가 쇄신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선거 운동 때야 서로 이기려고 별 소릴 다했겠지만 이제는 서로 힘을 모아서 이 나라를 더욱 반석 위에 세워 주시기를 훌륭하신 정치인님들께 부탁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