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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한나라당은 책임이 청와대 참모진에 있다고 주장한다. 총대를 멘 사람들은 다름 아닌 친이계다. 3년 전만 해도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위해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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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개인 의견으로 민심 이반에 가장 큰 책임은 청와대 참모"(정태근 의원), "당뿐 아니라 청와대의 대대적 쇄신이 필요하다"(진성호 의원) 등이 이들의 목소리다. 촛불정국 부터 재보선 패배 때까지 몇 차례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번번이 청와대란 큰 산을 넘지 못했고, 위원회까지 만들어 준비한 '쇄신안'은 사라졌다.
이들이 청와대에 벼르는 이유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 경우 여당은 '청와대 하수인'이란 야당과 일각의 비난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우려에서다. 물론 전국 선거인 지방선거의 패배가 주는 충격과 그에 따른 위기감에서 낼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다. 그럼에도 총구를 청와대에 먼저 겨눈 것은 이번 위기가 여권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들에겐 '세대교체'를 이를 찬스다. 이번 선거결과가 20~30대와 이명박 정부의 불통이란 결론을 줬고, 때문에 당이 젊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준만큼 세대교체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은 40대와 소통할 수 없는 구조"(권택기 의원) "20~30대가 투표를 안 하기를 바라는 정당은 근본적으로 비전이 없는 정당"(진성호 의원) 등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이유다. 이들은 정몽준 대표 등 당 지도부 사퇴로 구성될 비상대책위에도 초선들의 합류를 요구하고 있고 소장파 의원들은 7월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런 목소리에 대한 여권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냉소적이다. 매번 같은 주장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행동이 부족해 내용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들의 주장에 대해 원론적인 공감을 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들 상당수가 "자성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하고 있고, 인적쇄신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자동차가 고장 났으면 부품을 갈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여당 소장파의 비판에는 온도차가 있다. 이들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진정성에는 동의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공존한다. 한 관계자는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에서 질 것 같고, 대선도 패배할 것 같다는 위기감이 크다면 먼저 스스로 자리를 던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매번 같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진정성이 있다면 먼저 버리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때만 되면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어 내용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감정의 골만 더 깊어져 서로에게 상처만 내고 득 없는 공방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소장파의 비판에 청와대가 대응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당 소장파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각계각층의 여러 의견을 겸하하게 경청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