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 ⓒ 박지현 기자
    ▲ 영화 '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 ⓒ 박지현 기자

    “지금도 여전히 허물만 보인다”

    영화 ‘시’와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 본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세계적인 감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창동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의 부담감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그간의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시’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일반적으로 영화제 참석 후 시상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면 폐막까지 기다리는 것이 관행이나 그러기에는 마음이 너무 부대꼈다”며 칸 영화제 시상식 참석 요청을 받기 전까지의 힘들었던 마음을 전했다.

    모두가 한데 입을 모아 ‘황금종려상’이라 했다. 실제, 각본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기쁨보다 아쉬움을 전하는 목소리들이 더 많았다. 수상 직후, 그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의 기대가 많이 부담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감독은 “영화라는 것은 각각의 미덕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창조물이지 올림픽처럼 승패를 다투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점도 있어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상에 연연하게 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해 칸 영화제 경쟁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또한, 이날 스스로의 영화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그는 “주변 사람들은 알지만, 나는 병적으로 내 작품에 소심한 사람이다. 지금도 여전히 허물만 보인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내가 지금 생각하는 허물이 잊혀지는 때도 있겠지만 사실은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도 엄격함을 유지할 것이다"라며 “때때로 자아도취가 작품을 만드는 에너지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볼 때 나는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43세라는 적잖은 나이에 ‘초록물고기’(1997)로 데뷔한 이 감독은 4번째 영화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은 안긴 데 이어, 올해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