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시'의 이창동 감독(좌)과 배우 윤정희(우) ⓒ 뉴데일리
    ▲ 영화 '시'의 이창동 감독(좌)과 배우 윤정희(우) ⓒ 뉴데일리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마스터영화제작지원사업 심사에서 0점을 받은 것을 두고 영화 제작사와 영진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와 같은 논란에 영진위는 그간 '시'는 제출서류 요건인 시나리오가 아닌 트리트먼트를 제출했기에 심사요건에 맞지 않았다고 해명해 왔으며, 이창동 감독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영진위는 15을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 시 관련 보도 내용에 대한 해명 및 정정보도 요청' 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선정 과정과 경과를 해명했음에도 제작사나 감독 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아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영진위는 "결과적으로 심사위원 중 1명이 해당 작품을 제출서류 요건 미비로 판단하고 평가 점수를 0점으로 채점했으나, 동 사업 심사세칙상 최고점과 최저점은 평가 점수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의해 0점 처리된 점수는 최종 심사에도 결과가 반영되지는 않았다"라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뒤, "추가 공모에서도 '시'는 심사 당시 이미 촬영 중이어서 지원 조건 중 순제작비 20억원 이내로 제작예정인 작품 기준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품성과 예술성을 고려해 총 5억원을 '시'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진위는 "'시'를 부당하게 평가했다거나 의도적으로 배격했다는 주장은 사실을 무시한 왜곡"이라며 "비록, ‘시’가 결과적으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 작품임은 사실이나, 공평무사해야 할 영화진흥사업 시행에 있어 서류 결격이나 요건 미충족에도 불구하고 선정되었다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같은 영진위의 해명에 '시'의 제작사 파인하우스필름은 "어처구니 없다"고 반박하며 대립의 각을 세웠다.

    제작사는 16일 '영진위의 시 관련 해명에 대한 파인하우스필름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통해 "문제가 처음 논란이 되기 시작한 1차 심사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먼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항의를 한 적이 없었다"라며 "처음부터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한 것은 영진위의 말대로 억울한 피해자인 척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창동 감독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이 감독은 일부 언론의 질문에 답한 것처럼, 이런 논란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원치 않았고, 한때 문화예술정책의 책임자로 있었던 사람으로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문화예술지원정책이 야기하고 있는 숱한 논란과 문제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한 자신의 영화 문제를 스스로 거론하기를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제작사는 그간 영진위가 주장해온 트리트먼트 제출은 거짓이며, 당시 제출한 시나리오는 대사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진 형태였다고 주장했다. 제작사는 "영진위가 인정하는 관습적인 시나리오로 고치는데 불과 한 두 시간이면 충분한 작업을 굳이 마다하고 무리하게 제출했다는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지 묻고 싶다"며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 등 트리트먼트로만 접수했던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시나리오에 씬 번호가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서류미비로 당연히 탈락시켰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제작사는 영진위가 "전 세계가 주목해 온 감독 이창동의 영화세계와 연출역량, 그의 신작 '시'기 지니고 있는 작품성과 예술성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지원 방법을 모색한 바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묻고 싶다. 그 정도였으며, 1차 심사 때 2위를 한 '시'를 규정에 따라 지원작으로 결정하면 그만이었을 것을 왜 위원회 전체 회의까지 열어 기어이 떨어뜨렸을까?"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며 해명할 것을 강력을 요구했다.

    한 발 물러섬 없이 양쪽 모두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영화 '시'의 0점 논란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