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출신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가운데,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개최한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작 심사에서 이 감독의 '시'가 탈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 ▲ '시'의 주연배우 윤정희.
    ▲ '시'의 주연배우 윤정희.

    영화주간지 '씨네21'에 따르면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영화 '시'의 시나리오에 0점을 매긴 것이 탈락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사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이미지 제고와 활발한 해외진출을 장려할 목적으로 추진,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작품이 지원 대상작에 선정된 바 있다.

    1차 시기엔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가 뽑혔고 2차 시기에선 김호선 감독의 '진실 혹은 편견에 대하여'가 선정됐다. 반면 이창동 감독의 '시'는 1,2차 모두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보도에 의하면 이창동 감독의 '시'가 동반 선정되는 게 유력했지만 심사위원들의 평점 평균이 70점을 넘기지 못해서 '과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에 0점을 준 한 심사위원은, "'시'의 시나리오가 각본의 포맷이 아니라 소설 같은 형식이어서 이같은 점수를 줬다"는 심사평을 밝혔다고.

    특히 영진위는 각각 두 편씩 총 네 편을 선정할 수 있었지만, 두 편을 고르는데 그쳐 당시 영화인들 사이에 빈축을 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시'의 제작자 이준동 대표는 "지원 작품들의 시나리오 개발 수준이 영진위가 실시하는 다른 시나리오 공모사업에 비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는 심사평이 더 불쾌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셀마 헤이엑 "윤정희가 백건우 아내?" 화들짝

    60대 여성 미자(윤정희)가 시 쓰기에 도전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시'는 주인공 윤정희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특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현지에서 갈라 스크리닝을 마친 뒤 "하녀보다 재미는 덜 하지만 작품성은 더욱 뛰어나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창동 감독은 2007년 '밀양'을 연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주연배우 전도연에게 안겼고 이번엔 '시'로 각본상을 수상함으로써 자신이 연출한 5편의 작품 중 2편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한국영화는 지난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감독상)'을 시작으로 2004년 '올드보이(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여우주연상)', 2009년 '박쥐(심사위원상)' 등이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어왔다.

    한편 23일(현지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시'가 각본상을 수상한 직후 리베라 극장 테라스에서 열린 수상자 포토콜에서 할리우드 스타 셀마 헤이엑이 이창동 감독을 축하차 직접 찾아와 눈길을 끌었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셀마 헤이엑은 '시'의 주연배우인 윤정희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아내라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란 것으로 알려졌는데 피아니스트로 유럽에서 명성을 쌓은 백건우와 윤정희의 매치가 뜻밖이었다는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