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 ⓒ 박지현 기자 
    ▲ 영화 '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 ⓒ 박지현 기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의 주연배우 윤정희가 미자 역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털어놨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시‘의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에 따른 귀국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정희는 “이창동 감독에게 정말 묻고 싶어, 미자가 어쩜 그리 나랑 비슷한지”라며 “우리 인연이 너무 늦게 닿은 것 같아”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속 미자와 윤정희는 꼭 닮아있다. 엉뚱함과 순수함, 그리고 열정. 실제, 현장에서 만난 그녀의 말투와 몸짓, 그 모든 것이 미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 ▲ 영화 '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정희 ⓒ 박지현 기자 
    ▲ 영화 '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정희 ⓒ 박지현 기자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상자와 수상자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 감독과 윤정희. 이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내면에 있는 캐릭터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주인공의 플릇을 떠올리며 본능적으로 윤정희를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쓰며 주인공의 이름은 무조건 미자여야만 했고, 윤정희의 본명이 미자였던 것은 우연이었으나 필연이었다. 필연적 만남.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날 윤정희는 “미자가 너무 강해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며 “좋은 작품을 만난다 하더라도 향후 2년 동안에는 출연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 ▲ 영화 '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정희 ⓒ 박지현 기자 
    ▲ 영화 '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정희 ⓒ 박지현 기자 

    한국 영화계의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렸던 윤정희를 16년 만에 다시 스크린으로 불러낸 ‘시’. 윤정희는 ‘시’가 참 매력적인 영화이며, 칸 국제영화제의 호평에 대해서 당연한 일이라 말한다.

    윤정희는 “세계 최고의 축제에 참석해 수상하게 돼서 기쁘고, 현지의 칭찬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라며 “세계가 놀랐다. ‘어떻게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 수 있나’, ‘한 여자의 인생을 어떻게 이렇게 그려낼 수 있나’ 감탄했다.”고 전했다.

    이어 “팀 버튼 감독이 나를 직접 찾아와 ‘당신 연기가 최고로 좋다’고 했다. 또, 한 여성 기자가 공항에서 나를 불러 ‘내가 러시아 평론가인데, 당신이 상을 타지 않아서 너무 화가 난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라며 “그보다 더 행복한게 어디 있겠나, 다음 목표를 꿈꿀 수 있는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남편 백건우와 함께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윤정희는 그 누구보다 한국 영화의 발전상에 대해 절감한다. 그녀는 “남편의 음악회가 끝나고 한잔을 먹다가 내가 한국 배우인지 알면 그때부터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며 “르몽드나 휘가로에 내 얼굴이 나올때면 놀랍다. 다들 한국 영화가 너무 좋다고 말한다. 후배 영화인들에게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윤정희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피력했다. 그녀는 “영화에서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한 것은 맞다. 집을 지을 때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영화가 현지에서 대대적으로 환영 받았고, 모든 이들의 반응으로 봐서는 황금종려상을 꿈꿨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고생하며 촬영했던 윤정희에게 여우주연상이 조금이나마 보상이 되지 않을까 했지만, 상황이 되지 않아 너무 아쉽다고 말하는 이 감독에게 “나는 상 타려고 눈에 핏줄 나오게 열심히 한거 아니다”라며 “상을 타고 안타고는 흥행의 문제다. 나한테는 좋은 영화와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고, 너무 즐거웠다. 내가 언제 팀 버튼 감독과 이야기를 해보겠느냐”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이 감독은 언젠가 다시 윤정희와의 작업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앞으로 영화를 더 오래 해 선생님이 더 나이가 드셔서 주름도 생기고, 머리도 희고, 80~90이 됐을 때 다시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한다”며 “우리에게는 많은 시간과 미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정희는 “너무 반가운 소리다”라며 “90살 까지 연기하는 것이 꿈인데, 그 모습을 상상해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끝으로 윤정희는 국내 관객들에게 “타이틀이 ‘시’라 현실감을 느끼지 못해 영화를 보러 나서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며 “한 여성이 모든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고 그것을 시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담은 우리 시대의 아픔을 그린 쉽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두 번, 세 번 봐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 영화 '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 ⓒ 박지현 기자 
    ▲ 영화 '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 ⓒ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