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사람이 대표야?" "누구야 저 사람은?"
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 참석한 한 시민의 궁금증이다.
-
- ▲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당 행사 참석이 처음이라 소개한 한 이 시민은 안상수 원내대표와 당 선거관리위원장인 정병국 사무총장의 인사 및 경과보고를 들은 뒤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들에 앞서 정몽준 대표가 인사말을 했음에도 이 시민이 이런 궁금증을 가진 이유는 이들의 인사말이 길고 목소리가 유독 컸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아닌 만큼 비교적 짧고 조용한 인사말을 한 정 대표, "빨리 투표하고 빨리 결과를 보고싶을테니 간단히 말하겠다"며 인사말을 마친 권영세 서울시당위원장과 달리 안 원내대표와 정 사무총장의 인사는 상대적으로 길고 컸다. 정 대표 뒤 바로 마이크를 잡은 안 원내대표는 "요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정권이 참 잘하고 있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박수좀 치세요"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서울시장 후보 선출에 대한 인사말을 하러 나왔음에도 그는 이명박 정부의 각종 치적을 열거하며 "지난 10년간 비정상적이었던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나라를 반석위에 올려놓기 위해선 한나라당이 10년, 20년은 더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또 "오늘 참석한 여러분은 어느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되든 (집에) 돌아가면 한 사람이 20명, 30명에게 전화해주겠다고 약속하겠습니까? 모두 단결해 화합하고 당선된 후보에게 모든 힘을 몰아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행사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는 인사말 마지막에도 "그런 의미에서 저와 여러분이 구호를 외치자. 제가 '필승'을 외치면 여러분이 '필승'을 세 번 해 달라. 여러분의 단결된 힘을 제가 보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 뒤 경과보고를 위해 단상에선 정 사무총장은 유독 목소리가 커 사회를 본 정옥임 의원이 "열정적인 보고를 해 준 정병국 총장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행사의 주인공 아닌 객이 이처럼 목소리를 낸 것은 곧 있을 여권의 정치지형 변화 때문이란 게 당 관계자는 물론 여의도 정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4선인 안 원내대표의 경우 6·2 지방선거 뒤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권도전을, 3선인 정 사무총장도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 혹은 입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규모가 큰 서울의 당원들과 시민들이 모인 이날 경선장이야 말로 이들에겐 자신을 홍보할 최적의 기회이자 장소인 셈이다.
당에선 '승계직 대표' 핸디캡을 갖고 있는 정 대표도 다시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원내대표로선 정 대표가 미래의 경쟁자인 셈이고, 밋밋한 인사말을 한 그와 달리 당원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기회였던 것이다.
퇴임을 한 4일에도 그의 발언은 차기 전당대회를 겨냥한 듯 들렸다. 그가 주재한 마지막 원내대책회의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정국 당시 당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졌었는데 지금은 40%대로 올라간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비록 마무리 짓진 못했지만 거론조차 힘들었던 세종시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 정당사상 초유의 5일 연속 끝장토론으로 대화의 장은 만들었다" 등 자신의 치적을 꺼냈다.
이어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도 그는 자신이 처리한 '미디어법' '노동관계법' '4대강살리기사업 예산' 등을 언급하며 "참 지난 1년은 너무 길었던 1년이었다"고 소회했고, 노 전 대통령 조문정국을 거론하며 "사실 그때가 가장 어려웠던 때"라고 했다. 이후 마이크를 잡은 친이계 당직자들과 사회자까지 안 원내대표를 계속 띄우자 회의장에선 "고마해라" "너무한다" 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안 원내대표는 "앞으로 백의종군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만 그와 함께 임기를 마친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퇴임 인사말에서 "안상수 대표는 그리 오래 백의종군 안하실 것 같은데 저는 백의종군 합니다"라고 말해 그의 당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했고 이런 그를 보는 정 대표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