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충사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굳은 표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27일 전북 군산 새만금 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한 직후 귀경길에 예정에 없이 차를 돌려 충남 아산 현충사를 방문,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정에 참배했다.

    이 대통령의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자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서 15년 만이라고 김상구 관리소장은 밝혔다. 이날은 충무공 탄신 465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하다.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현충사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갑자기 오게 됐다. 오다가 결심을 하고 이곳을 찾았다"면서 본전을 향했다. 도중 110년이 됐다는 반송(盤松)을 본 이 대통령은 "저 소나무 참 곧다"고 짧은 한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후 충남 아산 현충사를 방문해 충무공 이순신 영정이 모셔진 본전에서 참배를 마친 뒤 돌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후 충남 아산 현충사를 방문해 충무공 이순신 영정이 모셔진 본전에서 참배를 마친 뒤 돌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현충사 본전까지 우산마저 물리친 채 혼자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걸어갔다. 중간지점인 일주문을 건너서는 고개를 들어 본전을 바라본 뒤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천안함 침몰사태로 인한 국가안보 위기상황을 수습하고 이후 대응방안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내놓아야할 순간을 앞둔 이 대통령의 고심이 읽혔다.

    이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충무공 영정을 한참을 바라봤다. 이어 향로에 향을 올리고 묵념했다.

    참배를 마친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요 살려고 피하자면 죽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서명한 뒤 다시 한 번 충무공 영정을 뒤돌아 본 뒤 계단을 내려왔다

    이 글은 정유년(1597년) 9월 15일 명량대첩을 하루 앞둔 날 이순신 장군이 장수들에게 필승의 각오를 강조하면서 당부한 말이다. 난중일기에서 충무공은 이같이 말한 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며 장수들을 독려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이 원균의 패배로 겨우 남은 13척의 전선과 수군을 정비해 왜선 31척을 무찌르는 승리를 거두며 조선의 해상권을 회복한 해전으로도 유명하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군 통수권자로서 호국과 보훈의 굳은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내일이 이순신 장군의 탄신 465주년인 만큼 숭고한 애국과 국난 극복의 의지를 기리기 위한 취지의 방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