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여러분은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천안함 침몰 희생자를 추모하는 '특별 메시지'를 통해 희생된 장병들을 한명 한명 호명했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다 부른 뒤 목이 메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연설이 끝날 즈음 이 대통령이 눈가는 흠뻑 젖어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생방송으로 진행된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실종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이 태극기에 덮여 나오는 모습에 국민 모두가 울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당했는지, 가슴이 터지는 듯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과 아픔을 통감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우리 군대를 더욱 강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히겠다"며 "그 결과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천안함 사고 수습에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것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예단해선 안된다"던 청와대의 신중론에 변화 조짐이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 개입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군 통수권자로서 국민불안을 차단하고 확고한 안보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북한의 도발 여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왔지만, 천안함 인양작업이 시작된 이후 북한 개입을 가정한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장병 이름을 한명씩 부르며 눈물 콧물을 흘리다 손수건을 꺼낸 이 대통령 ⓒ 연합뉴스
    ▲ 장병 이름을 한명씩 부르며 눈물 콧물을 흘리다 손수건을 꺼낸 이 대통령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통일이 되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와 번영이 오면, 우리 국민들은 여러분의 희생을 다시 한 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혀, 우회적으로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이날 연설에 이어 이 대통령은 20일 여야 3당 대표를 2청와대로 초청해 천안함 대책을 논의하는 오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전직 대통령, 종교계 등 사회 각계 원로와도 만나 천안함 대응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설 전문>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깊은 슬픔과 충격 속에 있습니다.
    지난주, 침몰된 천안함의 함미가 인양되고, 실종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이 태극기에 덮여 나오는 모습에 국민 모두가 울었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당했는지, 가슴이 터지는 듯했습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과 아픔을 통감하면서, 살아있을 때 불러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우리 장병들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봅니다.

    이창기 원사, 최한권 상사, 남기훈 상사, 김태석 상사, 문규석 상사, 김경수 중사, 안경환 중사, 김종헌 중사, 최정환 중사, 민평기 중사, 정종율 중사, 박경수 중사, 강준 중사, 박석원 중사, 신선준 중사, 임재엽 하사, 손수민 하사,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방일민 하사, 조진영 하사, 차균석 하사, 박보람 하사, 문영욱 하사, 이상준 하사, 장진선 하사, 서승원 하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김동진 하사, 이상희 병장, 이용상 병장, 이재민 병장, 이상민 병장, 또 다른 이상민 병장, 강현구 병장 정범구 상병, 김선명 상병, 박정훈 상병, 안동엽 상병, 김선호 상병, 강태민 일병, 나현민 일병, 조지훈 일병, 정태준 이병, 장철희 이병.

    대통령의 호명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관등성명을 대면서 우렁차게 복창하는 소리가 제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여러분이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를 생각하고 가족을 걱정하며 “너만은 살아남으라”고, 서로 격려했을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우리 바다 넘보는 자 어느 누구도 부릅뜬 우리 눈을 죽일 수 없으리 우리는 자랑스러운 천안함 용사” 여러분이 모두 모여 함께 부르고 있을 ‘천안함가’가 귀에 쟁쟁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편안히 쉬기를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약속합니다. 대통령으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입니다. 그 결과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철통같은 안보로 나라를 지키겠습니다. 나는 우리 군대를 더욱 강하게 만들겠습니다. 강한 군대는 강한 무기뿐만 아니라 강한 정신력에서 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강한 정신력입니다.

    지금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합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히 찾아내 바로 잡아야 할 때입니다.

    사랑하는 천안함 장병 여러분, 통일이 되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와 번영이 오면 우리 국민들은 여러분의 희생을 다시 한 번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사랑했던 조국은 여러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유가족 여러분, 무슨 말씀을 드린들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러나 모든 국민들이 희생된 장병들에 대한 추모와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뜻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따뜻한 마음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 큰 충격, 이 큰 슬픔을 딛고 우리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이 어려움을 이겨냅시다. 이것이 남아 있는 우리들이 장병들의 희생을 진정으로 기리고 그 뜻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