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Lucy 이야기 ④ 

     「스티브, 내 뿌리를 조사해봐요.」
    로비에 선 내가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 말했다.

    나는 지금 호텔 로비로 내려와 있다.

    「이승만의 수기가 나에게 전해진 이유를 알아야겠어요. 내 조상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겠습니다. 루시.」
    스티브의 차분한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또 다시 수기가 전해진 걸 보면 보통일이 아닙니다. 바로 시작하지요.」
    「그리고 스티브...」
    눈을 치켜뜬 내가 로비의 기둥에 등을 붙이고 섰다.

    문 밖에는 거대한 촛불 군중이 운집해 있었지만 로비 안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내가 말을 이었다.
    「김태수의 뿌리도 조사해봐요. 테드 말예요.」
    그리고는 내가 김태수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불러주었다.
    나는 테드의 여권번호를 외우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가 메모를 하고나서 나에게 말했다.
    「김태수씨 조상은 한국 대리인한테 의뢰를 해야겠는데요. 루시.」
    「그건 알아서 해요.」

    「무슨 일 있습니까?」

    스티브도 테드를 안다.
    뉴욕에서 같이 만났기 때문이다.
    스티브의 궁금해 하는 얼굴이 떠올랐으므로 나는 풀석 웃었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스티브. 1백년전 쯤의 이승만 시대에서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얽혀져 있었는지 문득 알고 싶어서요.」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프론트로 다가가자 직원이 활짝 웃으며 맞는다.
    이승만의 수기가 와 있었던 것이다.
    「서류 주세요.」

    나는 직원이 건네 준 서류봉투를 받아들고는 내용물을 꺼내었다.
    맞다. 이번에도 송진석이 보낸 이승만의 수기, 제목은 「투쟁」이다.

    서류봉투를 들고 방으로 들어선 나를 보더니 아직도 창가에 서있던 테드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묻는다.
    「뭐야? 수기가 또 온거야?」
    「그래, 프론트에 와 있었어.」
    「좀 보여줘.」
    하고 테드가 손을 내밀며 다가왔으므로 나는 서류를 등 뒤로 감췄다.

    「안돼, 지금은.」
    다가오던 테드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덮여졌다.
    그러나 잠자코 소파에 앉는다.
    내가 서류를 선반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나중에 같이 읽자구, 테드.」
    「그래, 밤은 길어. 루시.」
    머리를 끄덕인 테드가 소파에 등을 붙이더니 말을 잇는다.

    「너하고 이승만 사이에 뭔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 네가 숨겨진 후손인가?」
    「글쎄」
    정색한 내가 머리를 기울여 보고나서 테드의 앞쪽에 앉았다.

    「테드, 너하고도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안들어?」
    「왜?」
    「내가 처음 한국에 왔는데도 이 서류는 정확하게 내 이름으로 LA에서 보내졌어. 나를 자세하게 아는 사람이야.」
    「그렇군.」
    「그럼 그 사람이 내 주변을 모를 리가 있겠어? 너는 내 한국행을 권한 사람이기도 해.」
    「내 주변 인물이란 말인가?」

    쓴웃음을 지은 테드가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그러더니 굳어진 얼굴로 나에게 묻는다.
    「그 LA에서 보냈다는 사람, 조사시켰겠지?」
    「물론이야, 테드.」

    자리에서 일어선 내가 선반에서 위스키 병을 꺼내면서 말을 잇는다.
    「내 조상에 대해서도 조사시켰어.」
    그러나 테드까지 조사시켰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