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Lucy 이야기 ③ 

     테드는 서둘렀다.
    거기에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아서 타이밍이 자꾸 어긋났다.

    내가 절정에 오르려고 할 때는 박자가 늦춰지거나 쓸데없이 힘을 썼다.
    예전의 테드 같지가 않았다.
    나는 테드의 목을 감아 안고는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테드는 이승만의 수기를 읽은 것이다.
    그것이 테드의 말초신경을 마비시킨 것 같다.

    이윽고 테드가 몸에서 떨어졌을 때 나는 잠자코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찝찝한 섹스를 하고나면 피곤하다.
    하반신이 무겁고 머리까지 아프다.
    지금 내가 그런 상태다.

    나는 가운 차림으로 창가의 의자에 앉아 테드를 보았다.
    테드는 침대에 누워 담배를 피우는 중이다.

    「테드, 나한테 한국행을 권한 이유는 저 촛불 광장 때문이지?」

    내가 눈으로 창밖을 가리키며 묻자 테드는 담배 연기를 품고 나서 대답했다.
    「그래, 루시. 나는 이 열기를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자랑스러웠어?」
    「하지만 분했지.」

    다시 담배연기를 내뿜은 테드가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팬티만 걸치고 창가로 다가가 섰다.
    나는 테드의 늘씬한 옆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찜찜한 기분이 사라지고 다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창틀에 두 손을 짚은 테드가 묻는다.
    「루시, 대통령을 추모하는 저 군중을 봐. 이런 장관을 본 적이 있어?」

    창가로 다가간 내가 테드 옆에 나란히 서면서 대답했다.
    「없어.」
    「저 분이 우리의 진정한 대통령이었지.」
    광장을 내려다보면서 테드의 말이 이어졌다.
    「국민 모두가 그래.」

    그러나 오후의 고영훈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별 놈의 대통령이 많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광장의 촛불 군중은 밤이 깊어지는데도 줄어들지 않았다.
    저런 열기, 열정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그 때 테드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그런데 난데없는 이승만이 나타나다니.」

    「내 어머니 본명이 이신옥이야. 테드.
    어머니가 이승만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몰라.」

    테드의 시선을 받은 내가 빙긋 웃고 나서 말을 이었다.
    「혹시 알아? 이승만의 유산이 나한테 넘겨져 올지 말야.
    수기가 전해진걸 보면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겠어?」
    「......」
    「난 그런 유산은 필요 없으니까 전해진다면 다 기부해버릴꺼야.
    테드, 기부할 데 있으면 말해.」

    그때 테드가 머리를 돌려 나를 보았다.
    「이승만의 수기는 그것으로 끝일까?」
    「글쎄.」
    하고나서 내가 침대 옆의 전광시계를 보았다.

    오후 10시가 되어있다.
    서류 택배가 왔다면 프론트에서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테드와의 시간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방으로 연락하지 말도록 부탁했기 때문이다.

    내가 창가에서 몸을 떼면서 말했다.
    「나, 잠깐 프론트에 다녀올게.」
    「왜? 무슨 일 있어?」
    테드가 물었지만 나는 가운을 벗어던지고 바지를 입었다.

    「10분이면 돼.」
    해야 할 일이 생각난 것이다.
    바지에다 셔츠만 걸친 나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는 방을 나왔다.

    이승만의 수기가 나에게 전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전혀 긴장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테드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