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단체도 조직의 하나다. 그리고 조직을 장악하는 것은 인간들이다. 인간들 중에서도 특히 운동가형(型) 인간들은 종교단체의 경우에도 그 중추적인 권력장치들을 장악하는 버릇을 곧잘 드러낸다. 정당이 있으면 그 당(黨)에 일단 속내를 감춘 채 가입해서 당내선거를 통해서든 다른 방법을 통해서든 야금야금 당권을 장악하거나 당내 다수파를 형성해 간다. 종교단체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그들과는 달리 그런 데에 무관심하거나 비(非)조직적으로 임한다. 따라서 그들 운동가형(型) 구성원들은 딱히 대항적인 세력의 저항을 받음이 없이 종교단체의 유력한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 힘을 이용해 그들은 특정 종교단체를 특정한 정치적 방향으로 몰고 거거나 유도한다. 정의, 진리, 민중, 민족, 평화, 통일, 화해, 환경...등 온갖 좋다는 말이란 말을 다 동원하면서.   

     비상하게 억압적인 상황이 역사상에는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종교인, 종교단체들도 광범위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대변하면서 예언자적으로 현실문제에 개입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처럼 500만 표의 압도적인 표차(票差)로 집권하고서도 사사건건 겁을 집어먹는 물컹이 정부를 상대로 종교인, 종교단체들이 국민 보편의 공감대 아닌 지극히 당파적이고 부분적인 의사(예컨대 4대강 반대의사)를 마치 신불(神佛)의 입장인 것처럼 포장하고 내세워 “맞짱 뜨자”고 하는 것은, 그 반대의 양심의 자유를 가진 신자, 신도들을 무시하는 월권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솔직히 말해 4대강 사업 같은 고도의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감히(?) 이렇다 저렇다 찬반의 의견을 말하는 것조차 두렵다. 그런 것은 그 분야 전문가들이 알아서 논의해 주세요 하고 싶을 뿐이다. 따라서, 종교단체들이라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마치 정당 실세들이 당론(黨論)을 일방적으로 정하듯 특정한 입장(반대 입장)만을 선택해서 “이것이 진리다”라는 식으로 하향적으로 먹이려 할 것이 아니라, 신앙공동체 구성원들 개개인의 다양한 양심의 자유와 다양한 지혜에 맡기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4대강 사업 반대를, 예루살렘 성지(聖地)를 이교도들의 손에서 빼앗으려 했던 로마 교황 우르반 3세의 십자군 전쟁 선동 방식으로 끌어가선 안 될 일이다. 4대강 반대 '성전(聖戰)'을 선포하기까지 신자, 신도들의 다양한 찬반 의사들을 어떻게 폭넓게 경청하고 수렴하고 아우르는 절차를 밟았는지도 따져보고 싶은 것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