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최근 천주교 일부 세력의 4대강 살리기 반대, 강남 최대 사찰 봉은사의 정치권 외압설 등 여권이 종교계와 마찰을 빚는 듯한 분위기 쇄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종교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이 대통령이 7대 종단의 종교지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국정운영과 관련한 조언을 청취한 바 있다"면서 "비슷한 기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기획중"이라고 전했다

    집권 3년차 강력한 정책집행이 필요한 시기란 점에서 집권 초 종교편향 시비로 불교계와의 갈등양상을 보이며 국정 장악에 어려움을 겪은 전철을 되풀이 해선 안된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먼저 청와대는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필두로 참모진이 수시로 종교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불자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최근 종로구 삼청동 안국선원에서 법회를 개최한 데 이어 앞으로 매달 정기법회를 봉행키로 하는 등 불교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4대강 살리기 반대 주장을 펴 다시 논란을 점화시킨 천주교 일각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보이고 있다. 김백준 총무기획관과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청가회(청와대가톨릭회)'를 구성키로 했다. 박형준 정무수석을 비롯한 참모진도 각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몸을 낮추고 종교계에 화해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5일 천주교 춘천교구 김운회 교구장 착좌를 축하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례적으로 김백준 비서관이 직접 참석해 대독케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모두의 소임"이라며 "이와 함께 환경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되살아난 자연을 모두가 골고루 누리도록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 "생명과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4대강 살리기가 생명과 생태보전, 수자원확보, 수질개선 목적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천주교 일각의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눈에 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주호영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종교계와의 소통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충청 방문중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를 비공개로 만난 데 이어 이어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와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는 주 장관은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등의 원로들과 수시로 만나 정부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으며, 각 부처 장차관들도 최근 종교계 인사들과의 면담 횟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