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출간되었지만 빛을 보지 못한 책. 2003년부터 8년째 중3 1학기 국어교과서에 일부 내용이 실렸지만, 무명작가인 관계로 교과서에 이름 석 자가 제대로 실리지 못하는 불운을 겪는다.
-
- ▲ ‘섬마을 소년들’ ⓒ 뉴데일리
그럼에도 이 책의 생명력은 1960년대 초,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전혀 받지 못한 흑산도 섬마을 아이들의 모습을 유감없이,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음에 있다.
흑산도에서 동지나해 쪽으로 30킬로미터 더 내려간 지점인 태도는 저자 황용희가 나고 자란 섬이다.
그는 영등포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순수를 잃은 메마른 도시에서 오늘도 바다를 꿈꾸고 있다.
책을 읽노라면 전라도 방언이 정감 있게 느껴지고, 엄지발가락이 삐죽 나온 ‘다이야표’ 깜장 고무신을 신고 섬마을 골목을 누비는 섬소년들 모습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소나기 퍼붓는 날, 수업을 하다 말고 교실에서 뛰어나와 미역이 젖을세라 미역을 둘둘 말아 걷어올리는 소년의 모습도 보이고, 육지에서 전학 온 현숙이를 위해 섬소년들이 바다에 나가 잡아온 물고기로 멋진 '해변식당'을 차리고 축제를 벌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1960년대 초 초근목피의 시절, 정부에서 낙도지방으로 배급되는 가루우유를 먹고 배탈이 나는 소년의 모습은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정겹기 그지없는 옛 이야기다.
비록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부자였던 섬마을 아이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단술 한잔 마시며 얘기하듯 나직이 들려준다.멘토 펴냄, 246쪽, 1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