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는 25일 사형제 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해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 1996년 11월 합헌 결정을 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재판부는 이날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이 스스로 예상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라며 "국민의 생명권 보호와 정의실현 등 사회를 보호한다는 공익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 ▲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다수의 무고한 생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만 사형이 선고되는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사형제를 합헌으로 하되 제도개선과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보충 지적이 있었다. 합헌 의견을 낸 민형기, 송두환 재판관 등 2명은 "사형 대상 범죄를 축소하는 한편 사형제 존폐 여부는 위헌법률심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뜻을 수렴해 국회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사형제가 전부 위헌이라고 판단한 김희옥, 김종대, 목영준 재판관 등 3명은 "사형제가 생명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또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을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결정에 사형제폐지범종교연합과 인권단체연석회의,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등 종교·인권 시민단체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했다. 이들은 "헌재의 판결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는다'는 헌법 제10조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 ▲ 헌법재판소가 13년여만에 사형제도의 위헌성 여부를 심리한 끝에 다시 합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25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등 종교ㆍ인권ㆍ시민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3년여만에 사형제도의 위헌성 여부를 심리한 끝에 다시 합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25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등 종교ㆍ인권ㆍ시민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보수단체는 "흉악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나 범죄 억지 효과 등을 감안해 내려진 결정"(바른사회시민회의), "극악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형제가 유지돼야 한다"(라이트코리아)등의 의견을 내 환영했다.

    앞서 1996년 헌재는 사형제에 대해 "우리 문화수준이나 사회 현실에 비춰 당장 무효로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우리나라는 김영삼정부 당시인 1997년 23명에게 사형을 집행한 후 12년 동안 사행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돼 왔다.

    13년여만에 다시 사형제 합헌 결정이 나왔으나 여론과 시대상황 급변을 이유로 사형제가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사형제를 둘러싼 논의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