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세종시 정책논의 뒷전…계파갈등 증폭

세종시 당론변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한나라당 릴레이 의원총회가 열린 둘째날인 23일, 이날도 여전히 친이명박계-친박근혜간의 공방과 설전이 벌어졌다.

이날 의총은 상임위 참석 등을 이유로 전날에 비해 의원들의 참여율이 다소 떨어졌으나 각 계파간 세 과시와 입장 관철을 위한 설전으로 토론이 더욱 격화된 양상을 보였다. 의원들은 공개로 이뤄진 의총 탓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으나 간간이 노출되는 계파간 신경전은 여전했다.

회의 초반에는 정몽준 대표와 친박계 유정복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전 대표 회동 무산'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 갈등을 드러냈다. 이런 탓에 세종시와 관련한 정책적 논의는 뒷전이고 계파간 갈등만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의총에서 친이계는 세종시 수정안 당위성을 설득하며 "세종시 원안이 정치적 입장에서 비롯됐다"는 점과 "어떤 당론도 절대불변이 아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친박계는 "당론변경 논의가 실효성이 없다"는 점과 "수정안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를 들어 반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원들은 세종시 갈등을 매듭짓기 위해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회동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이 대통령-박 전 대표 회동해야"

첫 발언자로 나선 정의화 세종시특위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에 박 전 대표를 만나서 논의하고 협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원안에 포함된 정부부처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 일부를 이전하고 김무성 의원이 내놓은 절충안 중 사법부의 독립을 전제로 일부 기관을 이전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5년 전 노무현정권의 행복도시안에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표결로 문제를 푼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고 했다.

"충성경쟁하는 사람 5명정도 있어…인간적으로 충성경쟁 하지말자"

초선 박준선 의원은 한나라당내 계파갈등에 대해 "문제는 5명 내외의 친이와 친박 의원들의 과도하게 충성 경쟁하는데서 비롯됐다"며 "정말 정말 부끄럽다. 인간적으로 우리 충성경쟁 하지 말자. 충성경쟁으로 얼마나 살림살이가 나아질지 몰라도 국민께 죄송스럽다"며 비판했다. "세종시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결합시키는 분들은 반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세종시 논란을 두고 "애들이 밥 해달라는데 부모가 몸에 뭐가 좋다고 싸우는 판에 애는 지친다"고 비유한 뒤 "행정수도 분할은 잘못됐고, 원안을 무효화하고 수정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수정 찬성의원, 2년동안 뭐했나…의원직 사퇴하고 재신임 받자"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입법부나 청와대가 다 서울에 있고 불과 36개 기관만 세종시로 이전하는데 왜 이것이 수도분할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또 "세종시 수정안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수정안은 국가의 백년대개를 위하는 것이고, 원안은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고 하는데 나라 망할 법안을 고치기 위해 2년동안 뭘 했느냐"고 재차 따졌다. 이어 "당 지도부가 10월 재보선 까지도 세종시 원안이 당론이라고 하다가 어느날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얘기하니까 국민투표, 수정안 등의 용어가 나왔다"며 "자기반성을 위해 의원들은 전원 의원직을 사퇴하고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시 논란, 국민투표로","6인 중진회의 구성하자"

친이계 심재철 의원은 "세종시 원안은 15개부처 중 9개인 2/3가 세종시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원안=수도분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 의원은 "국민 뜻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의견을 묻는 게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며 국민투표에 힘을 실었다.

심 의원은 또 "국회에서 제기된 의안은 회기내 정리가 안 되면 동시에 폐기가 되는데 당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새롭게 구성되면 당론 승계여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학용 의원은 "친이, 친박에서 각각 2명의 의원과 각 측에서 추천하는 중립 의원 2명 등 총 6명이 참여하는 중진회의를 구성해 세종시 문제를 풀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이 역할을 잘 하고 있음에도 세종시 때문에 빛이 안 나고 있고,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게 해 준 박 전 대표도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일부 국민에게 좋지 않은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 것은 한나라당의 자산 깨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초등학생도 안쓰는 막말을 전 대표에게…진수희 사퇴해라"

조원진 의원은 "여의도연구소 진수희 소장의 발언에 대해 말하려고 했는데 참겠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해명해야 한다. 막말이 수준을 넘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조 의원은 "당 대표까지 지낸 분에게 일반 초등학생도 안 쓰는 말을 한 것은 옳지 않다"며 "진 의원은 소장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26일까지 매일 의총을 열어 세종시 당론 변경에 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