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프랑스 우파 정부가 지속적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홍보하는 포스터에 프랑스의 수호여신인 마리안의 임신한 모습을 등장시켰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르코지 정부는 고등교육과 연구, 기술, 초고속 인터넷 분야 등에 350억 유로를 투자할 것이라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홍보물에 임신한 모습의 마리안을 등장시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홍보물은 프랑스 여성의 역할을 모성에 국한시켜 지난 수십 년 간에 걸친 여권 해방운동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22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더욱이 비판자들은 홍보물의 마리안이 흰색 옷차림으로 나온 데 대해 흰색은 처녀성과 (혁명이전의) 구체제(앙샹레짐)를 연상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리안은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 공화국을 상징하는 수호여신이다.
    1830년 들라크루아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젖가슴을 드러낸 채 삼색기와 장총을 든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 여인이 마리안이다. 자유ㆍ평등ㆍ박애의 프랑스 혁명정신을 상징하는 가상의 여성상으로,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나온 뒤 1848년부터 도시마다 마리안상이 세워졌다.
    프랑스에서는 4년마다 프랑스 여성 가운데 마리안을 표상할 만한 여성을 선정한다. 지금까지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카트린 드뇌브, 가수 미레유 마티유, 모델 래티시아 카스타, TV토크쇼 진행자 에블린 토마 등이 선정됐었다.
    프랑스의 영향력 있는 여권(女權) 신장 블로그 가운데 하나인 '르 페미냉 랑포르트'는 또 홍보물의 마리안이 임신한 아랫배를 만지고 있는 것을 '돈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비난하고 나섰으며 다른 비판자들은 홍보물이 마치 '일과 가족과 조국'을 부르짖어온 과거 나치 지배하 비시 정권의 슬로건과 흡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다른 여권 블로그인 '올랭프'는 사르코지 정부가 홍보물을 통해 마치 여성의 역할은 임신하는 것이고 남자들은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주무르는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마리안이 마치 샤워캡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의 홍보책임자인 티에리 소세는 "미래에의 투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잉태의 상징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옹호했으며 문제의 홍보물을 만든 광고회사의 한 간부는 "홍보물의 투명한 순수함이 대규모 투자의 잠재력을 구현하는 아름다운 잉태의 순간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르코지 정부는 이 광고에 97만5천 유로(약15억원)를 들인 것으로 나타나 야당 측으로부터 혈세 낭비라는 비난도 함께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