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맹활약', 맨유서 존재 가치 입증

박지성이 풀타임 활약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이탈리아의 강호 AC밀란을 맞아 3-2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시각으로 17일 새벽 이탈리아 '산 시로' 경기장에서 열린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맨유는 호나우지뉴가 맹활약한 AC밀란을 상대로 폴 스콜스와 웨인 루니가 연속 득점쇼를 기록하며 적지(AC밀란 홈)에서 1957-1958 시즌 이후 최초로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이날 맨유는 우측 날개로 선발 출장한 루이스 나니가 극도로 컨디션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전반 1분 터진 호나우지뉴의 기습 선제골이 치명적이었다. '황금발' 데이비드 베컴이 올린 오른발 크로스가 굴절되며 왼쪽에 있던 호나우지뉴에게 연결됐고 이를 호나우지뉴가 지체없이 슈팅으로 마무리, 맨유의 골문을 갈랐다.

이후 경기 주도권을 잡은 밀란은 전반 6분과 10분 연거푸 슈팅을 날리며 맨유의 문전을 위협했다. 볼 컨트롤 능력이 뛰어난 호나우지뉴와 함께 클라스 얀 훈텔라르, 루카 안토니니 등의 활약이 돋보였다.

반면 맨유는 나니가 좌우를 겨냥해 날린 크로스가 연속으로 무위에 그치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 35분 박지성으로부터 시작된 공이 대런 플레쳐를 거쳐 스콜스에게 연결, 동점골로 이어지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후반전부터는 맨유가 경기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후반 12분 루니의 슈팅을 시작으로 18분 나니와 교체 투입된 발렌시아가 밀란의 왼쪽 진영을 괴롭히면서 경기 양상은 점차 맨유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20분 발렌시아가 올린 크로스를 루니가 헤딩 슈팅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스코어를 한 골차로 벌렸다.

루니의 활약은 이어졌다. 후반 28분 플레쳐가 오른발로 띄운 공이 루니의 머리에 맞고 3번째 골로 이어진 것.

그러나 밀란도 쉽게 물러나진 않았다. 후반 40분 개인기를 십분 살린 호나우지뉴의 감각적인 패스를 후반 교체 투입된 시도르프가 발뒤꿈치로 슈팅을 때리는 묘기를 선보이며 추격의 고삐를 바짝죄었다.

하지만 막판 수비에 집중한 맨유 공략에 실패한 밀란은 52년만에 맨유에 안방 경기를 내주는 수모를 겪게 됐다.

이날 맨유의 경기에서 돋보인 점은 측면 공격수로 활약 중인 박지성의 변신.

박지성은 이날 밀란과의 1차전 선발에서 스콜스, 캐릭과 함께 중원 미드필더의 임무를 부여 받아 밀란의 플레이메이커인 피를로를 집중 견제하는 동시에 루니, 나니로 이어지는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 맨유는 적지에서 밀란에게 승리를 거둠에 따라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