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당한 학습기풍을 세우자?'

    지난 1일 새벽 북한 함북 회령시 오산동 출판물 보급소 앞을 지나던 주민들은 놀라운 일을 목격했다. 책방 앞에 게시된 선전 구호 게시판의 게시글이 '적당한 학습기풍을 세우자'로 돼 있었던 것. 원래 '전당적인 학습기풍을 세우자'라고 돼 있던 구호의 글자 받침을 밤새 교묘히 바꿔 버린 것이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 광경을 보려고 일대는 한때 구경꾼들로 북적거렸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 벗들'이 발행하는 '오늘의 북한 소식'은 16일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의 고향에서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났었다고 보도하고 "이 사건이 일종의 정치사건이라 중앙당 선전선동부에까지 보고돼 예민한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소식에 따르면 중앙당 선전선동부는 3일 "회령시당 일꾼들이 군중 정치교양사업을 실속있게 짜고 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시당 일꾼들을 비판하고 "이런 (정치) 사건이 발생하도록 방치해둔 당 일꾼들의 과오는 책임을 물어 마땅하지만 일단 군중 내에 섞여있는 정치범을 붙잡는 데 총력을 다하고 군중의 경각성을 높여 당의 일심단결을 강화하라"며 내부 지시문을 내려 보냈다.

    이 소동으로 북한 국가보위부는 시보위부와 함께 '범죄자'를 잡기 위해 시 근로단체와 청년동맹조직들을 동원해 인민반 주민을 대상으로 사건 발생 시간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상세히 적어내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