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에 보이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신기한 듯 뛰어다니는 아이와 뒤에서 이를 지켜보며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라고 소리치는 엄마.

    자전거를 타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하나라도 놓칠라 갖고 온 디지털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에 바쁜 남지친구. 팔짱을 낀 연인.  

    놀이공원에서의 모습이 아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의 왼편에 위치한 '녹색성장체험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이 과연 무엇일까?'하는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정부가 작년 8월 15일 서울 광화문 KT빌딩 1층에 마련한 '녹색성장체험관'이 아이들에겐 '교육의 장', 연인들에겐 '데이트 코스'가 됐다.

  • ▲ 서울 광화문 KT빌딩 1층에 위치한 녹색성장체험관 입구.ⓒ녹생성장체험관 홈페이지
    ▲ 서울 광화문 KT빌딩 1층에 위치한 녹색성장체험관 입구.ⓒ녹생성장체험관 홈페이지

    체험관은 서울의 관광명소가 된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데다 입구도 지나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깔끔하게 디자인 해 개관 뒤 평일 하루 평균 300~400명, 주말 2000여명이 찾는 '녹색 관광지'가 됐다. 기자가 체험관을 찾은 20일 평일 오후임에도 한 시간 가량 남짓한 시간에 80여명이 체험관을 관람했다.

    겨울방학 기간인 만큼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광화문 광장 데이트 뒤 들른 연인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지방자치단체간 경쟁이 치열할 만큼 지자체의 '녹색성장' 관심은 높다. 이날도 경기도 의정부 시청 공무원 30여명이 단체관람을 왔다. 체험관 관계자는 "공기업과 학교 등에서도 단체관람을 자주 온다"고 말했다.

    ▲녹색성장의 이해 ▲그린 홈 ▲녹색교통 ▲그린 에너지와 녹색국토 ▲그린 오피스 ▲녹색성장 다짐 등 총 6개 테마로 구성된 체험관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40대 초반의 두 가정주부는 차세대 광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LED TV를 보며 '70%의 소비전력 절감으로 5년을 사용하면 소형 LCD TV 한 대 값을 절약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본 뒤 "가격이 조금 더 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바로 옆 주방에선 '먹을 게 없나'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 보는 아이를 향해 엄마가 "냉장고 문을 한 번 여닫을 때 마다 3와트의 에너지가 달아난다"고 설명하며 "냉장고 문을 자주열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대학 입학을 앞둔 한 커플이 자전거 앞에 섰다. 여자친구가 자전거 페달을 밟자 남자친구는 "페달을 밟을 때 발생하는 전기로 휴대전화 충전과 음악감상이 가능하데"라고 하자 여자친구는 "집에 있으면 다이어트도 할 수 있고 음악 들으며 핸드폰 배터리도 충전할 수 있겠다"고 맞장구친다.

  • ▲ 전기자동차가 진열된 녹색교통 테마. ⓒ녹색성장체험관 홈페이지 
    ▲ 전기자동차가 진열된 녹색교통 테마. ⓒ녹색성장체험관 홈페이지 

    40대의 한 남자가 진열된 전기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았다. 차 내부를 유심히 살핀 뒤 내리며 "비싼 기름값만 아낄 수 있어도 좋을텐데"하고 말한다. 함께 온 중년 여성이 "술값이나 아끼라"고 핀잔을 주자 남자는 머쓱한 듯 웃는다. 

    대형 스크린에는 4대강이 흐른다. 엄마가 손으로 스크린의 낙동강을 누르자 4대강 사업 이후 바뀔 낙동강 주변으로 바뀐다. 아이는 스크린안의 물고기들을 손으로 만지며 도망 다니는 물고기를 잡느라 바쁘다. 

    체험관은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관람객에게 '녹색성장'의 이해를 돕고 실천방안을 알려준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와 함께 온 30대 후반의 한 주부는 "방학이라 아이를 박물관이나 체험관에 데리고 오고 싶어 역사박물관, 신문박물관, 경찰박물관, 녹색체험관 중에 한 곳을 선택하라고 했더니 이곳에 오고 싶다고 해서 왔다"며 "나도 정부가 말하는 녹색성장을 잘 몰랐는데 아이에게 에너지 절약도 가르치고 나도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대학 입학을 앞둔 커플은 "광화문 광장에 왔다 들렀다"며 "데이트 비용도 안 들고 재미도 있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고, 매주 월요일과 쉬는 국경일 다음날은 휴관하며 입장료는 없다. 온라인(www.egg.go.kr)을 통해 사전예약을 하면 방문객에게 친환경제품을 제공한다.

    체험관 설치는 녹색성장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8개 중앙행정기관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