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년 겨울이 춥지 않을 거라는 예보만 믿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날은 날마다 동장군이다. 생전 안 입던 아래 내의를 꺼내 입었는데 한 번 입으니 벗을 엄두가 안 난다. 이러다가 위 내의마저도 꺼내 입어야할까 보다.

    우리나라는 계절의 변화가 참으로 뚜렷하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저마다 제 멋이 있다.

    당연히 겨울은 추워야 제 격이다. 요샌 눈까지 와서 길은 미끄럽지만 아이들은 환호성이다. 스케이트장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이들한테는 추위가 문제가 아니다. 신나는 놀이판일 뿐이다.

    나는 추위와 상관없이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산에 다녀오는 것이다. 같이 가는 동무도 없이 나는 외로이 산길을 걷는다. 걸으면서 기도하고 묵상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습관이 되다보니 너무 좋은 시간이다. 등산 마니아가 됐는지 하루라도 안 가면 웬지 뭐 빼 먹은 거 같아 마음이 찜찜하다.

    요새 같은 날씨에서는 집에서 나갈 때가 제일 서글프다. ‘하루 쯤 쉬면 어때’ 하는 마음이 날 유혹한다. 그래도 ‘아니야!’ 하고 벌떡 일어선다. 나는 간다. 누가 출석 체크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스스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련다.

    산 밑에다 자동차는 파킹해 놓고 걸어서 산을 오른다. 20분만 걸으면 벌써 몸은 후끈후끈해 온다. 이렇게 간단한 걸 괜히 집에서 머뭇거렸구나 싶다. 오늘은 처음으로 귀마개를 착용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걸 매일 귀를 얼렸던 것이다.

    점퍼 입고 장갑 끼고 추위한테 도전장을 낸다. 특히 겨울철에는 더더욱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한 것이 좋다. 얼마 전에 50대 어떤 분이 홀로 등산 중에 쓰러졌는데 아무한테도 발견이 안 돼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나는 높은 산은 아니라도 동네 산을 줄기차게 오른다. 이렇게 등산하다 보면 꼭 만수무강할 것 같다. 푸하하! 기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