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대통령 선거 전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은 이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DJP연합은 결국 대권 3수생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15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 ▲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연합뉴스
    ▲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연합뉴스

    DJ는 그를 자신의 첫 정무수석으로 기용하려했지만 동교동계가 반발해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자리를 돌렸다. 그러나 DJ는 결국 석 달 뒤 그를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에 앉혔다. 사상 최연소(당시 45세)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 16대 대선에서도 그는 전략기획을 맡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현 제1야당인 민주당 원내사령탑 이강래 원내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정치권의 대표적 '전략통'으로 불린다. 별명은 '꾀주머니'다. 그가 지난해 5월 민주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때 한나라당은 크게 긴장했다. 정치적 센스와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여권 한 중진 의원조차 "이강래는 어려운 상대다. 논리가 있고 콘텐츠가 있어 상대하기 껄끄럽다"고 우려했다.

    정치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하는 이들은 '전략가'와 '모사꾼'이란 호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변화무쌍한 정치에서 철저한 기획과 전략을 갖지 않고서는 성공이 어렵고, 실패할 경우 그 전략은 '얕은 꾀'로 저평가되기 십상이다. 이런 탓에 정가에서 '전략통'이란 평을 듣는 인사는 흔치 않다.

    이 원내대표가 정치권의 대표적 '전략통'으로 불리는 이유를 한 측근은 이렇게 말한다.

    "이 원내대표는 주장을 뒷받침할 확실한 근거자료가 없이는 말을 하지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7년간 모실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은 측근 보고를 받을 때 근거자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원내대표도 그런 습관이 몸에 뱄다"

    이 원내대표도 30일 뉴데일리 창간4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어떤 일을 해도 내 스스로 설득되지 않으면 못움직인다. 내 스스로 논리적으로 따져 '저것은 옳은 일'이란 확신이 들지 않으면 못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4대강 사업 비판 이유를 설명할 때 자료부터 꺼냈다. 수치를 말할 땐 직접 쓴 메모지를 꺼내 말했고, 질문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땐 "그건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말하며 '이럴 것이다'는 식의 답변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중진 의원이 되면 보통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주변에 드러낸다. 3선 중진인 그 역시 "나도 정치인인데 나름의 목표가 없겠느냐"면서도 "대신 나는 서두르거나 쉽게 무엇을 하려하지 않는다"며 최종 목적지를 감췄다. "충분히 준비하고, 충분한 자격을 갖춘 뒤 객관적 평가를 받은 뒤에야 그 무엇을 할 생각을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성급하거나 쉽게 얻으려 하거나 그렇게 뭔가를 이루게 되면 그만큼 부실해진다"는 게 이유다.

    그런 그가 최대 이슈인 세종시 수정 문제에 "이미 해답은 나와있다. 죄송하지만 그럴(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추진이 성공할) 리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쉽게 깨기 힘든 전략과 기획이 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는 것인데 그는 지금 제1야당인 민주당의 원내대표다. 여권은 더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