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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뉴데일리 창간 4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추진이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원내대표는 "세종시 문제는 정치적으로 이미 해답이 나와있다"며 "이 대통령이 어떻게든 여론을 들쑤셔 야당과 박근혜 진영을 압박한 뒤 어쩔 수 없이 본인의 뜻에 따라올 수밖에 없도록 하려는 것이겠지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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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 원내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 온다면 큰 격변이 올 것"이라며 "나는 그 마지막 순간 이 대통령이 물러설 것으로 보고 (세종시 수정은) 못할 것이라 본다. 결국 (이 대통령은) 본인의 뜻을 관철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종시 수정)법이 통과가 된다면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자연스럽게 제출되고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결단을 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이 깨질 수도 있다. 정부가 엄청난 어려움에 속에 빠질 수도 있는데 그것을 무릅쓰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론을 압박한다고 야당이 돌아서고 대통령이 만들어 낸 여론에 박 전 대표가 굴복해 물러설 수 있겠느냐"며 "지금 야당이나 박 전 대표에게 퇴로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추진 이유로 행정비효율을 주장하는 데 대해선 "이 대통령의 사고방식은 전형적인 서울사람들만 갖고 있는 생각"이라며 "행정편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부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주변에도 서울에서만 생활해 본 사람들은 지방의 피폐화를 이해 못하더라"고 소개한 뒤 "수도권에만 살아본 사람들은 입장에선 이 나라가 지금 수도권 집중이 얼마나 심화됐는지 이해할 수 없고 (서울시장 출신인) 이 대통령도 그런 케이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게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차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뭔가 특단 조치를 하지 않고선 이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의 피폐화) 구조를 깨지 못하고 그런 고뇌 속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나온 것"이라며 "행정 효율성을 얘기하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건설이 "수도권을 피폐화 하자는 게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 보자는 고뇌에 찬 결단에서 나온 고민"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그는 "나도 사실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수도이전 공약을 만들 때) 반대했던 사람"이라며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 말이 맞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하면 할수록 그런 실정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내가 얼마나 의원을 할 지 모르지만 우리 지역에 뭘 하나 해주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다. 쓸 만 하고 좋은 것은 전부 수도권에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났는데 G20 회의를 미국의 조그마한 도시인 피츠버그에서 했는데 숙박시설이나 모든 게 불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며 "그러나 우리는 G20 회의를 할 곳이 서울 밖에 없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한 뒤 "정부 부처를 내려보내고 세종시를 만들면 초기에는 (자족기능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외연확대를 할 공간을 굉장히 많이 확보한 만큼 점차 키울 수 있다. 정부부처가 가야 연구소도 기업도 신문사도 따라가고 그래야 혁신도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추진을 "정말 의식있는 정치인이라면 그렇게 할 수 없다. 17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18대 국회에서 다 바꾸려 한다면 지금 이 정부가 통과시킨 법은 19대 국회에서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하고 "정책은 가장 중요한 게 일관성과 신뢰성이다. (이 대통령이) 사과를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고 역설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통상적인 강 살리기라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하려는 것을 그대로 그림그려 컴퓨터로 모의실험을 한 뒤 한강과 낙동강에 조령터널만 연결하면 그게 운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뒤 "내가 얘기하는 게 아니고 전부 전문가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 전초작업이란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세종시 원안대로 정부 부처를 이전할 경우 행정 비효율성이 클 것이란 게 수정 이유 중 하나다.
"지금 제기된 논란은 모두 17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한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18대 국회에서 다 바꾸려고 한다면 지금 이 정부가 통과시킨 법은 다시 19대 국회에서 새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신뢰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뻔하다. '표를 얻으려고 그(대통령 후보)때 마음에 없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인데 마치 (이 대통령만)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하는 큰 애국자나 되는 것처럼 하려는 것은 우리가 볼 때 사기다. 정말 의식있는 정치인이라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설령 자기 마음에 들지 않고, 자기 생각과 다르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면 수용하고 인정해야 정치라는 게 돌아간다. 정치가 100% 확신만 갖고 원하는 것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이 문제는 사과한다고 될 게 아니다"
-과천과 대전에 청사가 있지만 경제적 이득은 없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서울에서만 생활한 사람은 지방의 피폐화를 이해 못하더라. 수도권에만 살아본 사람 입장에서는 이 나라가 지금 얼마나 수도권 집중이 심화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이 대통령도 그런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 사고방식은 전형적인 서울사람들만 갖고 있는 생각에 빠져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차이도 바로 그것이다. 나도 고향이 시골이지만 사실 지역구 국회의원 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지역 실정을 그렇게 이해하지 못했다. 뭔가 특단의 조치를 하지 않고선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의 피폐화) 구조를 깨지 못한다. 그런 고뇌 속에서 나온 것이지 행정의 효율성을 차원이 아니다. 나도 처음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수도이전 공약을 만들 때)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노 전 대통령) 말이 맞더라. 지역 국회의원을 하면 할 수록 그런 실정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 대통령이 대운하는 포기선언을 했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을 대운하로 보는 이유는 뭔가.
"초점은 낙동강이다. 낙동강에 큰 대형 보를 만들고 준설도 깊이 한다. 어느 곳은 11m까지 판다. 왜 그런가 하면 물그릇을 크게 만들어 물을 일정 정도 가두기 위해서다. 배를 띄우려면 그런 것이다. 현재 (정부가 계획한 것을) 그대로 그림 그려 컴퓨터로 모의실험을 한 뒤 한강과 낙동강에 조령터널만 연결하면 그게 운하가 될 것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대운하로 가기 위한 전단계다. 내가 전문가가 아닌데 이것은 내 얘기가 아니고 전문가들이 이렇게 얘기한다. 통상적인 강 살리기라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태화강 얘기를 하던데 태화강은 가장 깊은 곳이 3.2m라고 한다. 그 안에 설치된 구조물은 다 들어냈다. 강은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유속이 일정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보를 만든다는 것은 물을 저장한다는 것이다. 물을 저장하면 유속은 8분의 1로 준다. 유속이 평상시의 8분의 1로 줄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 물이 썩는다. 대운하가 아니라면 뭣 때문에 하는 것인가"
-공사기간 3년을 두고도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정부는 강이란 특수성, 즉 공사 중 홍수가 날 경우 투입한 돈을 모두 손실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공사를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홍수를 얘기하려면 수계별로 공사를 해야 한다. 몇년부터 몇년까지는 한강을, 몇년부터 몇년까지는 영산강만 집중한다든가 해야한다. 홍수 때문이라면 지방하천과 소하천을 해야지 국가하천을 할 게 아니다. 4대강 사업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국가 재정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하천정비사업을 하는 게 맞다. 하천정비사업은 그동안 꾸준히 해왔다. 한강은 정비율이 97%까지 돼 있고 낙동강도 85%다. 정비율이 낮은 곳이 영산강으로 55%다. 대운하를 위한 부대시설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홍수피해 때문이란 건 어불성설이고 관료들이 논리를 끼워맞추기 위해 하는 변명이다. 정당할 수 없다. 이 사업을 왜 하는지는 자기들이 다 얘기했다. 2012년 대선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지금은 이렇게 반대하지만 해놓고 보면 사람들이 '그때 잘했다'고 칭찬할 것이고 그러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손쉽게 이길 수 있다는 그런 목적이 아니냐. 나라야 망하건 말건…"
-영산강 기공식에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논란이 있었다. 4대강 사업을 두고 '엇박자'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나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해봤다. 당시 행정수석 역할도 겸했다. 그렇다 보니 시·도지사가 전부 정무수석 파트너가 돼 같이 업무협의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고 어려운 지역 자치단체장과 시장 군수는 여야를 불문하고 제일 약한 곳이 청와대다. 청와대와 관계가 틀어져 밉보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재정자립도가 워낙 낮으니 공무원 월급주기 바쁘다. 제일 열악한 곳이 호남 아닌가. 지난 영산강 기공식 행사도 (지역) 자치단체장은 안갈 수 없다. 대통령이 온다는 데 어떻게 안가느냐. 총리가 오라고 해도 갈 수 밖에 없다. (호남지역) 국회의원까지 다 동원하려고 했던데 우리 의원들은 안갔다. 4대강 사업을 갖고 이간질 시키려는 것이다. 4대강 사업 공사의 중심은 낙동강에 있다. 본예산의 60%가량이 낙동강에 들어간다. 낙동강에서 착공식은 쟁점 안만드려고 한 지도 모르게 하고 영산강에 가서는 일부러 들쑤셔 이간질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4대강 사업 예산심의 자료를 두고도 여야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국토해양위가 예산심의를 안한 것은 여야 간사간 합의에 의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생각할 때도 도저히 (정부가 처음 보낸) 자료 갖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예산심의는 하나하나 개별사업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사업 타당성을 따져보고, 사업을 시행할 경우에도 전체 예산규모를 보고 우선순위를 따져 예산을 더 늘릴지 줄일지 검토하고 따지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자신의 책상으로 가 정부가 10월 1일 제출한 자료부터 11월 12일, 11월 18일, 11월 24일 세차례에 걸쳐 제출한 자료를 모두 가져와 보였다) (10월 1일 제출한 자료를 가리키며) 이렇게 가져올 수 없다. 다음에 가져온 자료는 수계별로 좀 더 풀어놓은 것이다. 11월24일 가져온 것은 뭉뚱그렸던 자료를 다 풀어놓은 것이다. 이걸 갖고 어떻게 예산심의를 하나"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국책사업 예산심의 자료는 이 정도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번에 제출한 4대강 사업 예산심의 자료도 똑같은 기준으로 제출했다고 한다.
"하천정비, 도로와 철도공사를 할 경우는 이것(정부가 제출한 4대강 사업 예산심의 자료)만 있으면 된다. 한강정비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것은 간단하다. 단가 곱하기 몇km인지만 계산하면 답이 나온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백화점이다. 말로만 4대강 살리기라고 하지 4대강과 관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백화점 식으로 다 하는 것이다. 기존에 이렇게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문제점은 뭐라 보는가.
"역대 대통령 통치 행태를 살펴보면 첫해는 대통령직에 익숙해지는 적응기간이다.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정리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은 세속으로부터 너무 분리돼 있다. 전부 보고를 통해 국정을 운영한다. 그 보고 속에 빠져버리면 결국 자신이 제일 많이 안다는 착각 속에 빠질 수밖에 없고 점차 자기확신에 빠진다. 한참 가다보면 결국 누구도 올바른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고 자신의 지시만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남는다. 이 대통령도 그런 상황에 빠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올해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모두 잃었다. 민주당이 받았을 충격이 클 것이고 앞으로의 정치행보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두 어른은 정신적 기둥이다. 어렵고 힘들면 그들을 찾아가 자문도 구하고 상의도 했다. 그 분들도 우리를 병풍처럼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해줬다. 그런 분들을 잃었다. 민주당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그나마 용기와 힘을 얻은 것은 두 어른이 돌아가시는 과정을 통해 전통적 지지기반을 복원할 수 있었다. 그 결집된 힘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게 우리 과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2012년 4월 총선에서 그 흐름을 잘 이어간다면 다시 집권해 두 분의 평소 정책이나 철학 이념을 승계하고 발전시킬 길이 될 것이다. 그런 노력을 하고 각오를 갖고있다"
-정치적 목표가 있을텐데.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를 만 7년 했다. 그 어른한테 많이 배웠다. 순간순간 중요한 판단을 할 때도 사실 그 어른과 과거 했던 것에서 답을 얻기도 한다. 그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정치에 들어와 그 어른 밑에서 정치를 배운 셈이다. 나는 두 가지는 철저히 한다. 하나는 말에 대한 책임은 분명하게 져야겠다는 것이다. 말로 정치를 하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말은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에게 몸으로 배웠다. 나도 나름의 정치적 목표는 있다. 그러나 서두르거나 쉽게 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충분히 준비하고 자격을 갖춘 뒤 '이 정도면 해볼 수 있겠다'는 준비를 갖추고 객관적으로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 뒤 무엇이든 할 생각을 한다. 성급하고 쉽게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쉽게 이루면 그만큼 부실해진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자신의 생각대로 돌파할 것으로 보는가.
"정치적으로 이미 해답이 나와있다. 이 대통령은 어떻든 여론을 들쑤셔 야당과 박근혜 진영을 압박한 뒤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올 수밖에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세종시 수정 관련 법안이 국회에 온다면 큰 격변이 올 것이다. 나는 그 마지막 순간 이 대통령이 물러설 것으로 본다. 세종시 수정은 못할 것이라 본다. 결국 본인 뜻은 관철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법이 통과 된다면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제출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결단을 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이 깨질 수도 있고 정부가 엄청난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그것을 무릅쓰고 할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