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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국 유학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나의 인터뷰에 대한 고려대 학생의 비판글이 실린 적이 있다. 그의 주장은 "오로지 유학생들의 편의만을 위해 영어강의를 늘리기에는 한국인 학생들에게 미치는 폐해가 너무 크다", "한국의 대학이 그에게 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 것들(종교적인 배려)이 나로선 동감하지 못한다"가 핵심이었다.

    내가 일부 과목의 영어 강의를 부탁한 것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한국 유학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대부분 한국어 어학당에서 1년여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입학 후 2년 정도 강의 내용을 이해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한국어를 배우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으로 2년을 보내지 않도록 한두 강좌쯤은 영어로 개설해달라는 뜻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전에는 학부 유학생의 80% 이상이 한자 문화권인 현 상태를 바꿀 순 없다고 본다.

    또한 "유학생으로서 곤란한 점이 아니라 이슬람교도라는 종교인이기에 겪는 불편"이라고 인터뷰를 비판한 것은 다소 과했다고 본다. 유럽의 10% 이상, 전 세계적으로는 17억 인구가 형성하고 있는 이슬람 문화권. 이슬람인들은 때가 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에 5번 예배를 한다. 학교 측이 진정한 글로벌화를 추구할 것이면, 이러한 수요가 있으니 배려 좀 해달라는 입장이었다. 학교 측이 다종교용 공동 예배실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해도 복도나 계단 구석에서 예배를 하면 되니 큰 불편함이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그것은 너희들 문제라고 비판하는 것은, '우리는 타 문화권에 대한 이해심이 전혀 없는 배타적인 집단'이라고 하는 것임을 꼭 알아주길 바라며, 개인적으로 한국 중·고등 교육에서 타문화 이해에 대한 교육이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음을 고백한다.

    20년 후면 극에 달해 있을 글로벌 시대에서, 한국이 글로벌촌 중심가에 있을지 아니면 구석에 있을지는, 지금 육성되고 있는 인재들과 유학생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음에 들면 여기 남고, 싫으면 떠나라는 말을 하기 전에 마음에 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진정한 유학생'을 수입하는 '진정한 글로벌화'가 아닐까?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쓰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많은 유학생들이 제대 날짜 기다리는 군인들처럼 한국을 떠날 날짜를 세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나갈 세대들은 보다 진정한 글로벌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미녀들이 "한국 오빠 멋있어요. 김치 맛있어요"라고 입으로만 한국을 사랑한다는 말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나의 보잘것없는 얘기가 내가 애정을 갖고 있는 한국을 위한 건설적인 비판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조선일보,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