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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후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전패했다. 한나라당도 지난 4월 재보선을 참패했다. '재보선=여당 무덤' '재보선 잔혹사'는 공식이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번 10·28 재보선에서 이 징크스를 깼다. 2승을 챙기면서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의미를 찾는다면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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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 마련된 한나라당 재보선 상황실에서 안상수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들이 정몽준대표가 자리를 뜬 가운데 심각한 표정으로 재보선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총선에서 5곳 중 수원·양산은 한나라당, 안산은 친박연대, 충북은 민주당, 강릉은 무소속이 승리했던 곳이다. 이 기준으로는 2승이면 본전은 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경기 회복으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고 당 지지율도 크게 앞선 상황에서 받은 성적표라고 하기엔 초라하다 볼 수 있다.
강원 강릉에 민주당은 후보조차 내지 않았다. 1승은 이미 챙긴 상황이었다. 양산은 텃밭에 인지도가 월등한 전직 대표를 내보냈다. 수원도 인지도는 물론, 초반 지지율도 야권 후보를 압도했다. 안산은 야당 후보의 단일화 실패란 호재를 얻었다. 재보선의 특성상 여당이 불리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10.28은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게 사실.
선거 결과는 여권 전체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수도권 전패는 뼈아프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여권 전체가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행정구역 개편 등 이명박 정부 핵심과제가 맞물려 있는 선거였다. 당장 핫 이슈인 세종시 원안 전면 백지화는 물론, 일부 수정 계획도 힘들어질 수 있다. 수도권 2곳에다 충북까지 중원을 모두 내줬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의 분열은 불가피하다. 승계직 대표란 핸디캡에다 당내 기반이 없는 정 대표에게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쏟아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여당 내에선 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문제를 꺼낸 청와대와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며 당·정·청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물론 여당에 불리한 재보선에서 2승을 거두고 전패 징크스를 깬 것에 의미를 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선거 결과를 확대해석해 여권 내 분열을 일으키기엔 떠안아야 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정기국회 기간이고 처리해야 할 추진법안이 많다는 점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당 관계자의 전망을 뒷받침한다. 다른 관계자는 "설마 했는데 역시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고 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