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자 소년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이 때 한켠에서 매력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날 좀 꺼내줘! 그러면 네가 원하는 걸 다 해줄께" 소년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하던 일을 계속한다. 그러자 정체불명의 이 목소리는 "네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맞지 않도록 해줄께"라는 말로 소년을 다시금 유혹한다. 이와 동시에 카메라는 새장에 갖혀 있는 앵무새를 클로즈업하며 소년을 꼬드기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앵무새였음을 보여준다. 앵무새는 마지막으로 소년에게 "네가 짝사랑하는 소녀가 너를 좋아하도록 해줄께"라는 말을 건낸다. 앵무새의 말이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새장에 다가가 앵무새를 꺼내는 소년. 소년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창가에 앵무새를 내려놓는다. 그러자 앵무새가 재빨리 창밖으로 날아가며 소년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던진다. "멍청이"
상기한 내용은 음악전문채널 MTV의 한 TV 광고다. '영악한' 앵무새가 소년에게 '멍청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다음 장면엔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 MTV"란 카피 문구가 화면에 흐른다. 별 다른 메시지는 없다. 단지 MTV를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그들만의 주장'을 읽을 뿐이다. 하지만 이 CF를 접한 시청자들은 어리석은 소년의 행동에 웃음보를 터뜨리면서 자연스레 MTV를 재미있고 친근한 매체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유머'라는 요소는 현대 마케팅 기법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으로, 특정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TV광고나 인쇄 매체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보다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내용을 삽입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 ▲ '칸 국제 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 필름 부문 상영회의 러닝타임은 약 100분. 번역된 자막을 곁들여 100여 편이 연속 상영된다. 사진은 올해 '2009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작인 필립스 홈시네마용 21:9 LCD TV 광고 '캐러젤(Carousel·사진)'이다. 회전목마를 뜻하는 캐러젤은 원테이크로 촬영된 인터넷 필름으로 영상 안에 두 가지 스토리가 숨겨져 있는 인터랙티브 필름이다. ⓒ 뉴데일리
이같은 세계적 흐름은 '2009 칸 국제광고제'에서도 잘 나타났다. 올해 칸 광고제에는 총 11개 부문에 2만2652편이 출품돼 예심과 본선을 거쳐 671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중 상당수가 시청자 혹은 '예비 소비자'들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획력으로 점철돼 있었다.
칸 국제광고제(칸라이언스·Cannes Lions)는 해마다 6월 셋째 주 전 세계 광고인들이 남프랑스의 세계적인 휴양지 칸에 모여 수만 점의 각종 광고 작품을 출품하고 경연하는 '광고의 올림픽'으로 올해로 56회째를 맞은 세계 최대의 광고축제다.
필름, 인쇄, 옥외, 사이버, 미디어(매체 기획), DM, 판매프로모션, 디자인, 라디오, PR, 타이타늄 및 통합(종합 기획) 부문 등 11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으며 출품작의 약 0.2%~1%가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한국은 올해 10개 부문 168편을 출품해 은상 1, 동상 2개와 함께 2편의 본선작을 냈으며 이유신(제일기획 국장)씨가 심사위원(사이버 부문)중의 한 명으로 참가했다.
특히 칸 광고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칸라이언스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돌며 순회 전시되는데 국내에선 이화여자대학교가 전시 장소로 선정, 내달 4일까지 이화여대 ECC 다목적홀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2009 칸 광고제 수상작 100여 편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에서 '필름 부문 수상작 하이라이트 CF' 상영과 전시회 전야제를 겸하는 '야외 무료 상영회' 진행을 맡은 (주)영화사 백두대간의 최낙용 총괄부사장은 "칸 국제 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유명 광고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라며 "광고 분야 종사자들이나 학생들에겐 견문을 넓힐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28일 이화여대 잔디광장에서 '야외무료 상영회' 개최"
-
- ▲ (주)영화사 백두대간 최낙용 총괄부사장 ⓒ 뉴데일리
▲관객층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 아무래도 학생분들이 많이 오시죠. 일단 광고를 공부하는 분들, 특히 동아리에서 많이들 오십니다. 하지만 일반 관객분들도 주말엔 상당수 오시는 편입니다. 물론 관련업 종사자들도 계시겠지만 처음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도 막상 보니 재미있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광고와 전혀 상관 없는 분들도 일반 극장에 가듯이 이곳을 찾아오곤 하십니다. 좌석 점유율은 90% 이상이고 주말같은 경우엔 거의 매진입니다.
▲필름 부문 상영의 인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 필름 부문 수상작 하이라이트 CF는 총 82편의 수상작을 편집해 100분 동안 연속 상영하는 것으로, 마치 짧은 단편영화 여러 편을 보시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 그냥 '보통 TV광고 아냐?'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정말 오산입니다. 기발하고 탁월한 작품들이 많이 있고, 솔직히 장편 영상물보다 덜 지루하기 때문에 일반 관객분들의 호응이 대단합니다.
▲지난해에도 '칸 국제 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에 참여하셨는데 올해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나요?
- 우선 작년보다 규모가 커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일주일만 전시를 하고 지방으로 내려갔는데 이번에는 2주간 전시되고 인쇄매체 전시기간도 늘어나는 등 양적으로 부쩍 성장한 느낌입니다. 더욱이 올해는 야외상영회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죠. 또한 전시하는 장소 역시 극장이 아닌 학교이기 때문에 수상작들을 보고 함께 토론하며 대화하는 '재평가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향후엔 학생들도 자신들의 작품을 보여준다든지 전시회 후 관련 학술대회를 연다든지 하는 방법을 통해 수상작 페스티벌의 개념을 넓게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한 상영에 그쳤지만 앞으론 페스티벌이 하나의 계기로 작용해 광고로 인한 다양한 소통과 발전이 이뤄지는 진정한 광고축제가 되도록 해야겠죠.
▲이번 상영·전시회에서 나타난 광고계의 새로운 트랜드가 있을까요?
-
- 메시지를 서사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감각적인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광고가 세계적인 흐름인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서사구조가 깨졌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는 이미지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을 동시에 전달하는 것으로, 이미지를 이미지 자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이미지가 가려고 하는 본연의 성질을 추구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세대는 이미지 세대입니다. 창작자와 수요자가 다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죠. 10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국내 광고들도 명백한 서사구조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TTL 소녀가 나왔을때 기성세대는 이해를 못했지만 당시 젊은 세대들은 열광을 했죠. MTV의 뮤직비디오 촬영기법, 즉 두서가 없고 내러티브가 없는 장면들이 연결되는 방식이 광고에 많이 차용되고 있습니다. 첨단의 영상 언어들이 광고와 만나고 있으며 또 영화의 주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는 영화학이나 영상 이미지를 다루는 분들에게는 굉장한 자극이 될 겁니다.
▲수상작 전시회의 남은 일정을 설명해 주시죠
- 현재 상영되고 있는 '필름 부문 수상작 하이라이트 CF'는 내달 4일까지 계속되고 28일 저녁 6시에는 이화여대 잔디광장에서 '야외무료 상영회'를 개최, 최근 5년 간 칸 광고제 수상작 중 환경 광고와 2009년 수상작 하이라이트 CF를 모아 상영할 계획입니다. 또 인쇄 부문 전시회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이화여대 ECC 다목적홀에서 열리는데 이와 동시에 해외비영리광고단체 ACT의 환경 광고도 함께 전시될 예정입니다.
"사소한 것에서 아이디어 얻어‥재미·소재 탁월"
-
- ▲ '필름 부문 수상작 하이라이트 CF'를 보기 위해 아트하우스 모모를 찾은 관람객들. ⓒ 뉴데일리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이번 '칸 국제 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은 장소의 특성 때문인지 다수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참관을 하고, 광고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특히 광고 관련 전공 학생부터 시각디자인, 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거 참석, '칸 라이언스 페스티벌'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서울예대 광고창작학과(1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3명의 여학생들은 "'광고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니까 한번쯤 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 여학생은 "칸 국제 광고제 수상작 전시회 관람은 작년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라며 "작년보다 더 유머스러워진 것 같다"고 짤막한 촌평을 내놨다.
-
손혜연(서울예대 광고창작학 19·사진) 양은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보험회사의 신속한 처리로 구경거리가 없어졌다는 내용을 담은 태국 광고가 인상적이었다"며 "광고하면 서구 유럽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번 영상을 접한 뒤로 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권 광고 중에도 기발하고 재미있는 것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고 말했다.
또 "의외로 사소한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광고를 만드는 것을 보고, 나 역시 작은 것을 보더라도 무심코 지나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추혜령(단국대 경영학·20) 양은 "신문에 기사가 나서 친구들과 같이 찾아왔다"면서 "매킨토시가 MS의 윈도우 비스타를 비하하는 내용의 코믹광고가 무척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또 "더러 내용 파악이 힘든 광고도 있었지만 스토리 텔링이 있는, 설득력 있고 감정이 표현이 잘 된 광고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추 양은 "질 좋은 정보, 인터넷 등에서 접하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앞으로 공부를 하는데 참고가 많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화여대 ECC 다목적홀에서 인쇄 부문 수상작 무료전시
-
- ▲ 홍콩 맥켄 그룹(McCann Worldgroup Causeway Bay)의 '페이퍼배틀필드(Paper Battlefied)' ⓒ 뉴데일리
29일부터 내달 4일까지는 이화여대 ECC 다목적홀에서 인쇄 부문 수상작 전시회가 무료로 열린다. 전시회 시작 전날인 28일 오후 6시에는 이화여대 잔디광장에서 전시회 전야제를 겸하는 '야외 무료 상영회'가 개최되는데 최근 5년 간 칸 광고제 수상작 중 환경 광고와 2009년 수상작 하이라이트 CF를 모아 상영할 예정이다.
인쇄 광고 수상작 중에는 '나이키농구대회(Nike Basketball League)' 홍보를 위해 제작된 홍콩 맥켄 그룹(McCann Worldgroup Causeway Bay)의 '페이퍼배틀필드(Paper Battlefied·사진)'가 단연 돋보인다. 디자인 부문 대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선수의 개인적인 스킬을 중시하는 농구대회 성격상, 개인간의 경쟁을 보여주기 위해 나이키 농구 리그 상위 10명의 선수가 엎치락 뒤치락 오버랩되면서 승부를 겨루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작 포스터로 구성한 것이다. 제목 그대로 지면상에서 선수들이 접전을 펼치고 있는 이 포스터는 선수들이 실제 제작에도 참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외에도 올해 해외 유수 광고제에서 여러 번 수상해 주목을 끈 국내대행사 ‘크리에이티비아(Creativia)’의 ‘리슨’(Listen·사진) 캠페인과 한국인이 설립·운영하는 다국적회사 '빅앤트 인터내셔널'의 '뿌린 대로 거두리라(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포스터도 전시된다.
-
- ▲ '크리에이티비아(Creativia)'의 '리슨(Listen)' ⓒ 뉴데일리
환경문제가 지구촌의 공통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수상작 중 환경 관련 광고들도 눈에 띈다. 옥외광고 은상작인 중국 상하이 JWT의 '오토모티브 폴루션(Automotive Pollution)'는 수묵 산수화 같은 형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빌딩숲과 뿌연 자동차 매연이다. 쓰여진 카피문구는 환경을 내버려두라는 뜻의 "리브 네이쳐 얼론(Leave Nature Alone)"이다. 친환경적인 면을 들어 제품을 홍보하는 사례도 늘었다. 프랑스 피아트 자동차는 "유럽에서 가장 CO2 방출량이 적은 차종(The lowest CO2 emission car range in Europe)"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운전석에 탄 동물들이 다른 차에 들이받힌 후 살아남은 모습을 담았다. 지구온난화로 생존을 위협 받는 팬더, 펭귄(사진), 바다 코끼리가 각각 차 안에서 살아남은 모습을 그린 시리즈 광고다.
◇환경 광고 특별전도 열려
-
- ▲ 루마니아 수자원청 광고 '렛츠킵더워터스클린(Let's keep the waters clean)' ⓒ 뉴데일리
이번 칸 국제광고제 페스티벌에선 칸 수상작 이외의 다양한 '친환경 광고'도 만나볼 수 있다. 29일~11월 4일 이화여대 ECC 다목적홀에서 인쇄 광고 수상작 전시회와 동시에 열리는 '환경광고전시회'는 '아쿠아(AQUA)'와 '에코(ECO)' 라는 두 주제로 구성됐는데 지난 5년 동안의 칸 수상작 중 15 편, 비영리광고단체인 ACT에서 대여해 들여오는 해외 유명 광고제 수상작 45편, 한국광고공사의 환경광고 20여 편이 두 주제로 나뉘어 전시된다.
'아쿠아'관에서는 물의 소중함과 가치를 표현한 광고 40여 편이, '에코' 관에서는 기타 환경을 주제로 한 광고 40여 편이 선을 보인다. 이번 전시에 작품을 제공한 'ACT(Advertising Community Together)'는 지속적인 사회발전을 위한 기업과 광고업계의 책임을 부각시키고 이들의 긍정적인 역할을 독려하기 위해 공익광고 전 시를 2001년 이후 꾸준히 열어온 비영리 광고단체다.
ACT 소장작품은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이는 것으로 2008년 '그린어워드(Green Awards)' 수상작인 루마니아 수자원청 광고 '렛츠킵더워터스클린(Let's keep the waters clean·사진)'과 2007년 '페스티벌유러피안드라커뮤니케이션리스판서블(Festival Européen de la Communication Responsible)' 그랑프리작 '글러브(Glove)' 등을 '아쿠아'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의 : 02)757-1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