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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양국관계를 격상함에 따라 북한에는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응웬밍찌엣 베트남 주석은 2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2001년부터 유지해온 '포괄적 협력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전략적'이란 의미는 경제협력을 넘어 정치 외교 안보에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북핵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안보문제 해결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하노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앞으로 안보대화도 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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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과 응웬밍찌엣 베트남 국가주석이 21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호치민 동상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 정상은 특히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격상된 양국관계이 비춰 외교 안보 및 국방 분야 협력과 대화를 증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인식 하에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연례 차관급 전략대화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공산주의 국가로서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베트남이 한국과 손잡고 안보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태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며 "지금 진정으로 북한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제 이 점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찌엣 주석은 회담말미에 "베트남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입장은 한반도가 비핵화돼야 한다는 것이고 핵 없는 한반도, 그리고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바란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과 2009년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베트남이 북핵문제와 관련, 대북제제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을 평가했다.
양국 관계격상이 갖는 또 한가지 의미는 이 대통령이 천명한 '신아시아 외교구상'의 중요한 거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상위개념인 포괄적·전략적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 이외에 한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밖에 없다. 베트남이 세번째 국가가 된 것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할을 자임한 한국이 아시아국에 대한 관심도를 확인한 의미를 갖는다. 베트남으로서도 한국은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은 네번째 전략적 협력동반자다.
이 수석은 "베트남은 투자와 교역뿐 아니라 문화·인적 교류 등 모든 면에서 우리 '신아시아 외교'의 중요한 거점 국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정부 관계자는 "신아시아 외교 구상 실현을 위해서는 아세안(ASEAN) 회원국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이 가운데 특히 지정학적으로 핵심적 위치에 있는 베트남과의 관계 설정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미 경제·교역 측면에서 베트남은 한국 교역 상대국 중 6번째로 큰 무역 흑자를 안겨주고 있다. 교역 규모도 매년 30% 안팎으로 증가해 올해는 100억 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베트남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대만 다음으로 자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베트남의 고속철 건설과 하노이 홍강 개발계획을 포함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를 보장받았으며 한·베트남 FTA(자유무역협정) 추진 가능성도 열어놨다. 베트남에서만큼은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을 뛰어넘을 기반을 쌓았다는 평가다. [=하노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