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으로 인해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 세력들의 반발은 무섭습니다. 다시 장벽을 돋우고 열린 틈을 닦달하고 칼집의 칼을 꺼내 갈고 있습니다. 광풍의 먹구름으로 짙게 내리는 어둠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이미 당신은 누구보다 이를 안타까워했습니다. 또 투항을 강요당했습니다. 당신이 투항한다면 저들의 잃어버린 10년은 몇 곱절로 보상받을 것이라는 얄팍한 속셈이겠지요."
     이건 안병욱 과거사 위원장이 5개월 전에 쓴 노무현 추모의 글이라고 한다. 국감현장에서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추궁한 글이다. 이게 우리의 생생한 현실이다. 안병욱 위원장의 글 자체에 대해서도 반박할 것이 많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이런 사람들인 줄을 모르는 것 같은 이명박 정권의 철학적, 역사적 무감각이다. 
     지난 10년의 핵심 그룹은 이렇게 투철한 사람들이다.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중도’ 운운 하며 “제발 좀 잘 지냅시다” 애걸복걸 한다 해도 그 사람들은 절대로 “그럽시다. 잘 지냅시다” 할 사람들이 아니다. 이건 철학과 역사의 문제를 조금만 접해 봐도 금방 수 있는 아주 초보적인 1장 1절이다. 그리고 1960~2009년 사이의 한국 이념 갈등사의 초입에만 들어와 본 사람이면 1초 사이에 간파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절절한 분위기다. 
     1940년대~2000년대의 우리 현대사에 내재하는 이념갈등은 이명박 정권이 아는 체 하듯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증오심은 지금 이 시각에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다. 그걸 중간파, 김구 식으로 대해 주면 수렴(收斂)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역사에서 하나도 배우지 못하는 바보 천치일 뿐이다. 안병욱 위원장이 그 증오심의 스펙트럼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안병욱 위원장 정도를 지나서, 저 멀고 먼 좌(左)쪽 끄트머리에 있을 남노당적인 저주까지도 여전히 우리 현실의 엄연한 한 구석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걸 모르고 “경제면 다다” “중도면 봐줄 거다” “좌(左)가 변하지 않아도 우(右)가 중도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한반도의 뿌리 깊은 철학적, 역사적 업장(業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면, 그 돈 키호테 수준의 만용(蠻勇)과 착시(錯視)가 놀라울 따름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돈이면 다다“ 이전에 철학과 역사를 더 많이 가르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