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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불쑥 '조기 전당대회'를 꺼내 정몽준 대표와 갈등을 연출한 것은 체면을 구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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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대표 취임 뒤 당을 비교적 잘 이끌고 있다는 당 안팎의 평을 받아왔지만 이번 '조기 전대'해프닝은 그의 성과에 작은 상처를 냈다. 안 원내대표로선 속이 쓰릴 법하다. 지난 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뽑은 체제가 아니라 승계를 받아서 하는 체제가 너무 오래가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며 정 대표 취임 뒤 가라앉았던 조기 전대에 불을 지폈다.
12일에도 라디오에 나와 "당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뽑아야지 승계를 해 당 대표가 되는 것은 옳지 않고 승계로 인한 당 대표 체제는 한시적이어야지 너무 오래 대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내년 2월에 치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제시했다. 당 대표 유고시 전당대회 차점자가 승계하는 현 당헌.당규의 개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유고가 생기면 "원내대표가 대행하면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조기 전대를 요구해온 당내 소장파도 아니고 원내대표가 직접 언급하면서 파장은 커졌다. 당 안팎은 물론 언론에서도 정 대표와 안 원내대표의 갈등으로 봤다. 두 사람이 미래 당권을 두고 경쟁할 관계이긴 하지만 문제는 시점이었다. 10.28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당 투톱이 갈등과 분열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여권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 안팎에서 안 원내대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안 원내대표는 13일 당 공식회의에서 " 대표를 중심으로 모든 의원과 당직자, 당원이 똘똘 뭉쳐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고 이명박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며 불을 껐다. 그는 "원내대표인 나부터 솔선수범해 정 대표와 굳게 뭉쳐 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 대표와 불화가 있는 것처럼 나온 것은 내 부주의로 죄송하다"며 참석한 의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안 원내대표가 공식 회의에서 사과하며 갈등은 봉합된 분위기지만 그의 마음 한켠은 씁쓸하다.
처음 이 문제를 언급한 9일 안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 뒤 자신의 조기 전대 발언이 언론에 집중 부각되자 "엉뚱한 얘기만 언론이 부각시킨다"며 멋쩍어했다고 한다. 실제 이날 인터뷰는 진행 중인 국정감사와 4대강 사업, 정운찬 국무총리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 출연했다. 그러나 사회자가 마지막 '조기 전당대회'여부를 물어 평소 갖고 있던 소신을 원론적으로 답한 것 뿐이란 게 측근의 설명이다. 13일 비공개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에게 "라디오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해 원론적으로 답변한 것 뿐인데 비틀어서 기사화 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내대표는 측근들에게도 "당분간 라디오 방송은 일체 안 나간다"고 푸념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