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도 개봉된 일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嫌われ松子の一生)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마츠코는 홀로 둑에 주저앉아 고향 치쿠고(筑後川) 강을 닮은 아라카와(荒川) 강을 바라보며 운다.
동경을 둘러싼 아라카와강에서 후쿠오카의 치쿠고강을 그리워하는 모습니다. -
- ▲ 쾌속선이 달리는 치코구강. ⓒ 뉴데일리
영화만으론 치쿠고강이 낭만적인 강일 것 같다.
사실이다. 후쿠오카의 구루메시에서 만난 치쿠고 강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쾌속선이 흰 물살을 가르고 물새들도 한가롭게 날고 있었다.하지만 치쿠고강의 옛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
치쿠고강은 큐슈지방 북부를 동에서 서로 흘러 아리아케해에 흘러드는 강이다. 유로연장 143㎞. 토네강, 요시노강과 함께 일본의 3대 거친 강으로 악명이 높았다.
1953년 6월25일부터 6월29일까지 닷새간 ‘서일본 수해’라고 이름 붙여진 엄청난 수해를 당하기도 했다. 그해 6월25일 하루에만 433㎜의 비가 내리는 등 인근 아소산을 중심으로 1000㎜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치코구는 최악의 홍수를 일으켜 유역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사망 147명. 이재민이 54만 명이 넘었다.
중류에 있던 요아케댐까지 붕괴해 피해가 더했다.재난 뒤 긴급 구성된 조사위원회는 홍수의 원인이 댐이나 집중호우보다는 하천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973년 치쿠고강과 츠에강 합류지점에 마츠바라 댐을, 츠에 강에 시모우케 댐을 건설해 홍수를 조절하고 센넨 등 3개의 분수로(일명 방수로, 강의 흐름 일부를 분류(分流)하여 호수나 바다로 방출하기 위해 굴착한 수로. 치수(治水)공사에서 유량을 조절할 목적으로 건설한다.)를 만들었다.
히로강 등 주요 지천에는 제방정비와 함께 홍수역류 방지를 위한 수문을 개축하고 하천 폭도 넓혔다.
지천이며 치쿠고 강 곳곳엔 보조 다목적댐이며 보조 치수댐을 건설했고 지금도 건설 중이다.
치쿠고는 이런 오랜 난공사를 겪으며 ‘거친 강’에서 ‘순한 강’으로 거듭났다.
한국의 4대강 살리기에 대해 알고 있다는 큐슈지방건설국의 한 직원은 “강은 돌보지 않으면 절대 살아날 수 없다. 있는 그대로 두자는 것은 강을 죽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댐을 세우는 것이 부작용도 있지만 가장 확실한 이수(利水)와 치수(治水)의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강이 살아나니 사람들도 모였다. 경제가 살아나고 문화도 살아났다.
구루메(久留米)시의 한 주민은 “강은 단지 깨끗하게 한다고 살아나는 게 아니다. 강에 얽힌 문화가 살아 숨쉬고 강에 의지해 사는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질 때 강은 진정으로 살아난다”고 말했다.
“치쿠고강을 있는 그대로의 박물관으로 가꾸고 지켜가자”는 지역주민들의 환경운동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다양한 지역주민들이 치쿠고강 유역 모두를 ‘마루고토 박물관’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기에 나섰다. 마루고토(丸ごと)는 ‘있는 그대로’하는 뜻의 일본말이다.
치쿠고강 유역의 민간단체들도 자원해서 마루고토 박물관 사업에 참여,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환경보전 활동을 하는가 하면 지역축제 활성화를 위한 저마다의 노력과 활약이 눈부시다. 매년 8월 5일 열리는 치쿠고강 불꽃축제는 서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여름 최대 이벤트로 수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
- ▲ 아이들을 데리고 '구루메우스’를 찾은 일본 주부들. ⓒ 뉴데일리
지역 공무원과 시민들도 생태하천 만들기에도 열과 성을 다했다.
치쿠고 강을 지키는 자원봉사단체가 구루메시에만 50여 개. 이들은 체계적이고 세심하게 강을 복원한다. 하류 지역의 갈대공원은 인근 노인들이 강변 정화운동을 한다. 상류에서 떠내려 쓰레기는 이들의 힘으로 깨끗하게 치워진다. 각 단체들은 저마다 담당 구역을 나눠 해당지역을 책임지고 정비한다.
그리고 치쿠고강의 모든 생태가 전시된 ‘구루메 발견관-구루메우스’에는 항상 시민들이며 어린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6살 난 아들을 데리고 구루메우스를 찾은 한 일본 여성은 “환경교육이나 강의 소중함을 힘들여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각종 환경강좌며 전시회도 끊임없이 열린다.되살아난 치쿠고강의 갈대공원엔 허름한 기념비가 서있다. 기념비엔 이렇게 적혀 있다.
‘50년간 더럽힌 강을 150년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