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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세종시를 보면 답답할 뿐이다. 머리 속엔 이미 오래전 부터 원안대로 9부·2처·2청을 내려보내는 게 분명 잘못이란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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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운찬 국무총리가 물꼬를 터줬지만 수정 추진을 주장하기엔 당장 잃어버릴 표가 눈에 선해 힘들다. 국회 본회의에서 스스로 찬성 버튼을 눌러 통과시켰고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뒤집었다가 떠안을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 총리가 연일 '수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청와대가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음에도 한나라당이 선뜻 동조하지 못하는 이유는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당으로선 역사적 평가를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청와대와는 분명 입장 차가 있다. 원안 추진이 당론임을 강조하는 당 지도부에 정 총리의 세종시 수정 추진 발언 관련 질문은 난감한 문제다.
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안상수 원내대표는 시작 전 "여러 분야에 걸쳐 질문을 받겠다"고 했으나 정작 세종시 관련 질문을 받자 예민하게 반응했다.
기자가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안 원내대표는 곧바로 "당론이 변경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기본 당론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는데 기자가 거듭 "의원 중에도 재검토를 얘기하고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도 비슷한 취지로 얘기를 했는데 그렇다면 당에서도 재검토 논의가 필요한 게 아니냐"고 묻자 "재검토를 논의할 의사도 없다"고 잘랐다.
하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민감한 현안이 나오면 소속 의원에게 TV토론이나 언론 인터뷰 자제령까지 내렸던 지도부의 행보가 세종시와 관련해서는 달라졌다. 수도권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수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고 정몽준 대표까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당론과 배치되는 발언이 곳곳에서 쏟아지는데도 지도부는 이를 제어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원내대표 역시 이날 회견에서 "다만 개인적 소신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소신을 피력하는 것에 그칠 것"이라며 세종시 관련 당내 이견차를 인정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안 원내대표에게 "세종시에 대한 이견차가 근데도 민감한 현안에 대해 소속 의원들에게 방송 토론이나 언론인터뷰 자제령을 내렸던 것과는 지도부의 대응이 다른 것 같다"고 묻자 "오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급적 소신 피력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답했다.
"가급적"이란 단서를 단 만큼 온도차는 분명하다. 이는 안 원내대표 역시 세종시 원안 추진에 100% 찬성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 그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더구나 그는 자족기능을 잃어 실패작이란 평을 받는 과천을 13년째 지역구로 두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도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이 주도했던 당 '수도분할반대투쟁위'에서 활동하는 등 세종시 문제에 비판적 입장에 있던 게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