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회식이 있었습니다. 난 그 쪽 공무원은 아니지만 동석하게 됐습니다. 내 앞에 앉았던 과장이 나한테 “목사님 교회 예배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하셨습니다. 그 말을 받은 정미경 의원이 “목사님 저두 가겠습니다” 하셨습니다. 사람이 많고 긴 얘기 할 시간은 안 돼 ‘그러시라’고 하고 헤어졌습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근데 정 의원이 왜 우리 교회를 온다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우리 교회는 소위 작은 교회라 높은 사람을 모시기도 어렵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우리끼리 그저 정을 나누며 지내는 작은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그 분이 인사 차 오신다는 건지, 예배를 드리러 온다는 건지 하여간 잘 파악이 안 돼 메일을 한 번 주고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반바지 입고 어디 나갔다가 와서 차에서 막 내리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받으니 정미경 의원이었습니다. 우리는 길바닥에 서서 마치 오랜 친구가 만나서 수다를 떨 듯이 잠깐 동안이지만 대화 속에 이 분 속에 함께 하셨던 하나님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마음에 결정을 하고 간증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정치인을 강단에 세운다는 게 여간 조심스럽지 않고 전부터 잘 알던 사람도 아님에 더욱 조심스러웠지만 주님이 주시는 확신으로 평안함이 왔습니다.

    교회에 광고했더니 사이드로 들려오는 얘기가 ‘좀 뭐하다’ ‘뻔한 거 아니냐’ 등등 ‘어쩌구 저쩌구’였습니다. 몇몇 예상한 답안지가 나온 것입니다. 나는 그 말에 대해서 일체의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기도로 준비했습니다. 마침 치안 쪽에 높으신 분도 오시겠다고 해서 잘됐다 했습니다. 그런데 사정상 그 분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간증예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간 정미경 의원 비서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통화로 일정표를 점검했습니다. 딱딱 시간표대로 진행이 됐습니다. 1부 설교를 내가 했습니다. 이 설교 제목은 벌써 몇 주 전부터 잡아놨는데 구체적인 말씀이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금요일 어느 교수의 강의를 듣다가 설교의 맥이 확 잡혔고 와서는 바로 교안을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 간증자의 앞서 주신 말씀으로 어쩜 그렇게도 연결이 됐는지 난 이런 설교 하고 정 집사는 이런 간증 하자고 짜고 친 고스톱 같아서 끝나고 정 의원도 감탄했고 나도 놀랬습니다. 그래서 수행원은 포인트가 되는 설교 말씀을 핸드폰에 메모리시켰고 그걸 나중에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정미경 의원의 간증은 그의 삶 속에 내내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돌보심 그 자체였습니다. 그 분은 검사로, 변호사로, 국회의원으로 소위 잘나가는 사람 축에 한 분으로 봐야겠는데 그게 재수가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충만한 은혜를 받았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 어느 목사님의 설교보다도 가슴에 와 닿는 체험이기도 했습니다. 성도들 모두 진지하게 그리고 은혜로 받아들였습니다. 몇 몇 교우가 염려했던 것은 기우였습니다.

    그의 간증은 내가 정해 놓은 시간에 정확하게 끝났습니다. 성도들도 많은 은혜를 받고 감사히 받아들였습니다.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못 다한 얘기 하며 교제를 나눴습니다. 이런 간증이라면 정치인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세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혹 내가 친분을 나누는 정치인이나 높은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난 정치적인 목적에 좌우되는 사람이 아니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나하고 관련된 사람들은 대개 좋은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거룩한 주일에 충만한 은혜를 내려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다른 날보다 좀 늦게 끝났지만 끝까지 자리에 함께 하여 은혜를 나눈 모든 교우 여러분들께 감사한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