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를 야당의 공세에서 적극 방어한 것은 이명박계가 아니었다. 정 후보자의 등장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던 박근혜계였다.

  • ▲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연합뉴스
    ▲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연합뉴스

    세종시 수정 추진 발언과 더불어 야당이 정 후보자에게 문제삼은 건 '병역기피' 의혹이다. 부선망 독자(父先亡 獨子-아버지를 일찍 여읜 외아들)란 이유로 징병검사를 연기하고 고령으로 병역을 면제받아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데 민주당은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백원우 의원은 "1977년 병역을 면제받기 전인 70년 미국 마이애미대학에 제출한 입학허가신청서에 '병역을 면제(exempted)받았다'고 기재했는데 정 후보자는 병역면제가 안된 상태에서 면제받았다고 기재한 것은 서류조작"이라며 "영어를 잘못 해석해 기재를 잘못한 것이라고 하는데 유학 11개월만에 석사학위를 마친 분이 적절한 표현을 못찾아 잘못 썼다는 것을 누가 이해하겠느냐"고 따졌다. 백 의원은 7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병역기피 의혹 주장에 모두 썼는데 정작 정 후보자는 해명할 시간이 없어 "의원님 한 말씀만", "제 말씀도 들어보시죠"란 말만 반복해야 했다.

    정 후보자는 해명기회 없이 몰아치는 야당 의원의 공세가 다소 불편한 모습을 보였는데 다음 질의자가 정 후보자를 웃게 했다. 주인공은 친박계인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이 의원은 정 후보자에게 "백 의원 질의에 답변을 다 못한 것 같다. 국민 관심이 많기에 답을 하고 넘어가는 게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명해 달라"며 자신의 질의시간을 정 후보자에게 줬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웃으며 "고맙습니다. (해명할) 기회가 생겨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자신의 병역기피 의혹을 상세히 해명했다. 이 의원은 정 후보자의 설명이 끝나자 "고생했다. (병역기피와는) 무관하다는 것이군요"라고 확인했고 정 후보자도 "맞습니다"라고 답하며 마쳤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이런 식으로 청문회를 진행하면 인사청문회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정의화 인사청문위원장은 이 의원에게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