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자메노세 습지.. ⓒ 뉴데일리
    ▲ 아자메노세 습지.. ⓒ 뉴데일리

    비만 오면 강은 넘쳤다. 범람한 강물은 습지를 덥치고 인근 논밭이며 민가까지 삼켰다. 고온다습한 일본 남부 사가(佐賀)현 마쓰우라(松浦)강은 마쓰우라군 주민에겐 골치덩어리요 재앙이었다. 47㎞에 걸쳐 흐르는 마쓰우라강 유역 인구는 10만명이나 됐다. 그중에서도 ‘엉겅퀴의 여울’이라는 이름의 아자메노세 습지는 홍수 때면 몸살을 앓았다.

    6만m² 넓이의 아자메노세는 원래는 다양한 생태동식물이 서식하는 습지였다. 하지만 인구가 늘면서 농경지로 바뀌어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논밭으로 변한 땅은 지대가 낮아졌다. 홍수 때마다 침수 피해를 입었고, 마구 뿌린 농약은 생태의 보고인 습지를 자취도 찾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 땅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강을 다스리면 습지로 복원할 수도 있고 농경지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해답을 찾던 일본 국토교통성은 아자메노세 지역이 농경지보다 자연습지로의 복원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토교통성은 백지계획을 주민에게 내놓았다.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지역의 습지 조성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한 것이다.

    2년 9개월 동안 모두 33차례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많은 토론이 오갔다. 누구나 자기 의견을 얘기할 수 있었고 일본 정부도 귀담아 듣고 정책에 적극 반영했다. 토론회는 주민과 인근 학교 교사와 학생이 주인이었다. 정부 하천관리 담당자들이 매번 참석했고 규슈(九州)대학과 도쿄(東京)대학 등 5개 대학 관련 학과 교수들이 조언을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농사를 짓던 고령의 주민들은 처음엔 주민설명회를 낯설어 했다. 습지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치수에 대한 지식은 더욱 없었다. 하지만 자기 고향 강 살리기와 생태보존을 위해 하나하나 배워나가며 열심히 참석했다. 이들은 과거 습지 모습을 증언하고 사업 과정에 반영되는 것을 감시했다. 정부는 주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예산이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주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선책을 찾았다. 그때 구성된 아자메노세회는 시민사회단체로 성장해 지금의 아자메노세를 지키는 소중한 인적자원이 되었다.

    마쓰우라강 옆에 6m가량 구불구불한 수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제방을 쌓아 강물이 범람해 습지를 침범하는 것을 차단했다. 태풍 매미가 우포늪을 덥쳐 우포늪이 온통 망가졌던 한국의 경우와 대비가 되는 모습이다. 마쓰우라강은 곳곳에 예비 물길을 마련해 홍수로 인한 범람을 막았다. 물길이 급히 감아휘는 곳을 정비해 빠른 유속으로 인한 제방의 손실을 최소화했다. 제방을 통해 강물을 막으니 자연스레 습지가 제 모습을 찾았다. 사라졌던 습지 동-식물들도 다시 찾아왔다.

  • ▲ 마쓰우라시의 토리이씨 ⓒ 뉴데일리
    ▲ 마쓰우라시의 토리이씨 ⓒ 뉴데일리

    마쓰우라시에서 아자메노세 관리를 담당하는 토리이씨는 “습지 동-식물 생태를 빠짐없이 대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질도 매일 확인한다.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해 동-식물 개체 증가와 어류 산란 상황까지 살피고 있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습지는 어류며 식물,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자연 그대로 성장하는 자원의 보고(寶庫)이거든요.”

    습지와 강을 함께 살린 아자메노세는 이제 일본만 아니라 세계적인 강과 습지 복원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본 왕세자 내외도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와 주민을 격려할 정도다.

    어렵게 살린 아자메노세는 이제 관광만 아니라 주민에게도 배움의 장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매월 2회 이상 모여 학습회를 연다. 주제는 아자메노세의 관리와 생태환경 보호 등이다. 어린이 참여도 놀랍다. 초등학생도 환경학습캠프를 계속 열고 있다. 전국의 어린이가 생태학습과 체험을 위해 이 캠프를 찾는다.

    “자연의 사이클은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깁니다. 미처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일도 앞으로 많을 겁니다. 자연에 겸손하게, 주민들과 늘 뜻을 함께 모아 아자메노세를 지켜갈 겁니다.”

    토리이씨는 “한국의 4대강 살리기가 주민과 정부, 그리고 학자들 모두의 의견을 모아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