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주포 박철우(23)가 18일 남자대표팀 이상열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확산되면서 허술한 대표팀 관리와 시대에 뒤처진 지도자의 인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6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릴 제15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불과 1주일여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사태는 더 충격적이다.

  • ▲ 코치에게 폭행당했다고 폭로하는 배구스타 박철우의 얼굴상처. (연합뉴스)
    ▲ 코치에게 폭행당했다고 폭로하는 배구스타 박철우의 얼굴상처. (연합뉴스)

       박철우는 전날 정확한 원인도 모른 채 이 코치로부터 '행동이 건방지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했다.

       하루가 지났지만 왼쪽 뺨 주위와 발길질을 당한 복부는 벌겋게 부어올랐다. 귀울림 증상과 뇌진탕, 다발성 자상, 경추 염좌에 정신적인 충격까지 합쳐져 박철우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사랑의 매'를 넘어 도가 지나친 체벌을 가한 이 코치와 사태를 나중에 보고받고도 일을 무마하려 했던 김호철 감독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 폭행상처를 공개하는 박철우.(연합뉴스)
    ▲ 폭행상처를 공개하는 박철우.(연합뉴스)

    한국 배구는 남녀 할 것 없이 국제무대에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13일 끝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대표팀이 중국과 일본에 잇달아 패해 4위에 그쳤다. 중국과 일본에 연전연패하면서 아시아 3류 국가로 전락했다.

       남자 배구는 더 심각하다. 경기를 풀어줄 베테랑 선수들이 사라지면서 올해 열린 월드리그에서 겨우 턱걸이로 내년 출전권을 땄고 급기야 지난달 막을 내린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에서는 35년 만에 본선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추락이 멈추지 않다 보니 이번 대회에서 만회를 노렸던 대표팀 코치진은 기강 확립차원에서 특정 선수를 잡아 모든 선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심하게 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철우의 아버지 박정선씨의 말마따나 국가대표는 기본기를 갖춘 정상급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코치진은 체벌보다는 사기를 끌어올려 조직력을 더 키우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박철우는 지도자들의 폭력이 만연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지도자들이 잘 아실 것"이라는 말로 구타 사례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음을 시인해 또 다른 문제를 불렀다.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했지만 지도자의 인식과 대표팀 관리는 아마추어에서 전혀 못 벗어난 사례는 또 있다.

       박철우는 이날 휴대폰을 대표팀에 '반납'한 탓에 아버지의 휴대폰을 사용했다.

       박철우는 "팀 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중요한 게임 등을 앞두고 휴대폰을 코치진에게 반납하기도 한다"며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해 주목을 받았다.

       프로로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것을 가르쳐야 할 지도자들이 아직도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다.

       추상같은 원칙을 세워야 할 김호철 감독은 소속팀 제자인 박철우를 설득해 자체 해결을 시도했으나 재발 방지에 대해 약속을 하지 못해 결국 일을 키웠다.

       협회 또한 박철우의 아버지와 만나 진상을 파악했지만 일을 덮으려다 화를 자초했다.

       이춘표 협회 전무는 "대회보다 이번 사건의 진상 파악이 먼저다. 늦어도 22일까지 회의를 열어 감독, 코치, 선수를 모두 부른 뒤 의혹을 파헤쳐 코치진 경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 성장한 선수들에게 매를 가하는 문화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제2의 박철우 사태를 잉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구인들이 어떤 중지를 모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