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은 '대통령 이명박'을 그가 취임한 후 1년 7개월이 지나서야 만났다. 18일 경북 포항 영일만항 개항식 참석을 위해 처음으로 고향을 찾은 이 대통령도 한껏 고무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개항식에는 3000여명의 포항시민이 몰렸다. 이 대통령은 "오늘 내가 당선된 이후 처음 이 자리에 왔다. 영일만 바닷가 앞에 서서 여러분을 뵙고 보니 감개무량하다. 여러분 보고 싶었다"고 인사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 고향인 경북 포항을 방문해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 고향인 경북 포항을 방문해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준비된 치사를 물리고 즉석 연설로 시민의 환호에 답했다. 이 대통령은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여러분을 뵈니 반갑고 기쁘고 행복하다"며 벅찬 심경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비록 궁핍한 환경에서 공부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이제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돼 고향분을 뵈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동지상고 야간 3년을 졸업하고 졸업식을 하지 못한 채 서울로 떠났다. 포항 골목 하나하나가 생각난다. 죽도시장이 생각난다. 골목길에서 많은 일을 해봤지만 뻥튀기 장사를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포항은 이제 경북의 물류뿐 아니라 동해안 물류를 온 세계에 내보낼 수 있게 됐다. 이제 포항은 경북 대구 일대 모두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물동량이 넘쳐나도록 해 주시고, 시민도 공직자도 힘을 모아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항만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 고향인 경북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해 환영나온 모교 후배 초등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 고향인 경북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해 환영나온 모교 후배 초등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이 대통령은 "고향 포항 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사심없이 해서 은퇴 이후 포항이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도록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온몸을 다 바쳐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포항시민이 사랑하고 지지해주고, 어려울 때 더 걱정해줬다. 포항 시민에게 갚을 길은 그 길 밖에 없다"고 거듭 다짐했다. 포항시민들은 이 대통령의 치사 동안 무려 24번의 박수로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어린 시절 노점상을 했던 포항 죽도시장을 찾아 시민과 인사를 나눴다. 시민과 상인의 반응은 대선 당시보다 더 열광적이었다. 시내 곳곳에는 환영 현수막이 걸렸고 연도에는 시민이 수없이 늘어서 이 대통령이 탑승한 버스는 카퍼레이드에 나선 것처럼 서행할 수밖에 없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 고향인 경북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해 시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 고향인 경북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해 시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죽도시장 입구 2㎞ 전부터 하차해 시민을 만난 이 대통령은 연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마크'를 만들어 인사했다. 시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이명박 대통령'을 끊임없이 연호했다. 일부는 이 대통령의 저서 '온몸으로 부딪쳐라'를 들고 흔들었고 인근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반대편 차선에서 운전하던 운전자들까지 환영 대열에 합세했다. 택시운전자들도 내려 인사하며 손을 흔들었다. 꽉 막힌 차로는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했지만 어느 누구도 찡그리지 않고 웃는 모습으로 박수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경호관들이 선루프가 달린 경호차에 탑승할 것을 권유하자 "그건 정치행사 같은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걸어가겠다"고 말하며 시민 속으로 걸어갔다.

    만찬장인 횟집까지 거리는 2㎞밖에 안되지만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2시간 이상 걸렸다. 일부 시민들은 대선당시 로고송인 '오빠 한번 믿어봐'를 불렀다. 횟집에서는 이 대통령의 어머니 고 최태원씨와 함께 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최익순(84) 안기선(84) 최복생(74) 할머니가 찾아와 이 대통령을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