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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영국이 동.서독의 통일을 매우 두려워해 두 나라 정상이 당시 수차례 비밀 회동을 했다는 내용의 영국 외교문서가 공개된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리 입수해 9일자 신문에서 전한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와 영국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던 당시 장차 통일된 독일이 유럽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해 영토 확장의 야욕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통일 독일이 히틀러가 과거 그랬던 것보다 더 많은 영토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외무부는 독일 통일 과정 당시 영국 총리실의 외교보좌관이었던 찰스 포웰이 작성한 메모 등 외교문서를 10일 공개할 예정이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강하게 반대했다는 것은 국제정치사에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처는 특히 국제회의 석상에서 이런 반대의 뜻을 자주 표출했었다.
그러나 FT는 이 외교문서들에는 독일의 통일에 대해 두 나라가 얼마나 겁을 먹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1998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고 2주 후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다른 유럽 국가나 집권 정당과 상의도 없이 독자적인 통일 플랜을 전격 발표했다.
찰스 포웰의 메모에 따르면 대처와 미테랑은 이 문제를 놓고 비밀 양자회담을 수차례 갖고 양국이 가진 독일 통일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그해 12월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공동체(EC) 정상회의에서도 두 정상은 은밀히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미테랑은 콜 서독 총리의 통일계획이 독일의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이듬해인 1월에도 두 정상은 엘리제궁에서 오찬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미테랑은 독일이 통일되면 '나쁜 과거'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통일 독일이 히틀러가 과거 그랬던 것보다 더 많은 영토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테랑은 이어 독일이 유럽에서 영토 확장을 하게 되면 소련이 틀림없이 영국에 밀사를 보내 독일의 침공에 대비해 상호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자고 제의해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유럽이 1차 세계대전 이전 대립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FT는 전했다.
외교문서들에는 이밖에 독일 통일을 놓고 시각차를 빚은 대처와 영국 외무부 간의 갈등도 드러나 있다. 당시 영국 외무부는 대처 총리가 독일의 통일에 대해 너무 비판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우려했고 대처는 외무부가 너무 안이하다고 생각했던 것.
대처는 외무부의 조언을 무시하고 국제 외교무대에서 독일의 통일에 비판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크리스토퍼 말러비 서독 주재 영국대사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였지만, 나중에는 말러비 대사 역시 독일 통일에 대해 너무 부드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