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마공원에서 한달 간 '거침없이' 달려온 '2009 야간경마 - 빛 음악 낭만이 가득한 KRA 별이 빛나는 밤'이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 낮의 태양빛을 피해 진행되는 야간경마는 수 만개의 조명 아래 말들의 시원한 레이스가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야간경마에는 각종 이벤트 및 체험행사 등이 풍성하게 열려 야간경마가 진행되는 여름철 경마공원은 도심 속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즐기는 야간경마축제 기간, 평소보다 몇 배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경마시행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숨은 주인공, 마필관리사들이다.

  • ▲ 한 여름 밤의 축제 '야간경마' 경기의 한 장면.  ⓒ 뉴데일리
    ▲ 한 여름 밤의 축제 '야간경마' 경기의 한 장면.  ⓒ 뉴데일리

    일과 시작은 '새벽' 끝나는 시간은 '한밤'

    야간경마가 한창 진행 중에 서울경마공원 마필관리사들은 항상 수면부족을 호소한다. 이유는 새벽부터 시작된 조교에 저녁 9시까지 계속되는 경주까지, 하루 일과가 엄청나게 길어지는 탓이다. 서울경마공원 한 마필관리사는 "야간경마 기간에는 일과시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항상 피곤하다"며 그들만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또 다른 마필관리사는 "아무리 시간이 늦어도 우리말이 우승이라도 하면 힘이 나는데 경주에서 원하는 성적이 안나오면 몇 배는 더 힘이 든다"고 말하기도.

    간혹 경마가 늦게 시작하면 새벽조교도 늦게 하면 될 거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경주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마공원에서는 경주마가 가장 안정적인 새벽시간에 조교를 해야 한다. 새벽조교는 다양한 마필의 훈련법 중 가장 기본적인 훈련법으로 경주능력 향상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때문에 전날 아무리 늦게 끝나더라도 마필관리사에게 다음날 새벽조교는 게을리 할 수 없는 필수 일과다.

  • ▲ 매년 7월과 8월, 여름이 다가오면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야간경마축제가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다. 한 낮의 태양빛을 피해 진행되는 야간경마는 수 만개의 조명 아래 말들의 시원한 레이스가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 뉴데일리
    ▲ 매년 7월과 8월, 여름이 다가오면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야간경마축제가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다. 한 낮의 태양빛을 피해 진행되는 야간경마는 수 만개의 조명 아래 말들의 시원한 레이스가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 뉴데일리

    조교사, 기수 "우리 역시 힘들지만 팬들 위해 즐겁게 땀 흘려"

    야간경마 마지막 발주가 저녁 9시에 끝난다 하더라도 땀에 젖은 마필을 샤워시키고, 말려주고 마방을 마무리 지으면 10시를 훌쩍 넘는 건 기본이다. 그뿐인가? 마방 일을 끝내면 자신도 샤워를 하고 곧바로 집으로 향하면 어느새 자정을 넘기기 일쑤이다. 피곤에 지친 몸을 잠시 눕히면 금세 새벽이 다가오고 졸린 눈을 비비며 다시 마방으로 향해야 한다. 16조 마필관리사 이원문씨는 "그래도 일 년 내내 야간경마가 아니란 것을 다행으로 알고 열심히 해야죠 뭐"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마지막 경마가 끝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팬들을 보면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로의 총감독인 조교사와 경마의 꽃이라는 기수들 역시 야간경마기간이 고역이긴 마찬가지이다. 36조 김양선 조교사는 "진정 팬들을 위하는 게 무엇인가? 내가 아무리 힘들지라도 팬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자문자답 한 뒤 "우리는 프로다. 프로는 팬이 없이는 존재 할 수 없는 것"이라며 힘든 야간경마기간이라 할지라도 팬을 위해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최고의 리딩자키인 박태종 기수도 "일과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야간경마 기간이 달가울 리 있겠는가?"라며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우리 기수들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곁눈으로 보이는 조명 속 관중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말해 프로다운 면모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