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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을 두고 논의가 분분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생전 업적과 우리 사회의 융화와 발전을 고려해 국장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부는 서거한 다른 전직 대통령의 경우 국장을 치른 예가 없었다는 전례를 고려해 '국장+6일장'으로 절충하는 안을 택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한쪽에서는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와 이념을 거론하며 비판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민주화와 남북화해 등 업적으로 보아 당연하다고 한다. 이는 전직 대통령 서거 시 장의를 정한 '국장·국민장에관한법률'에서 다만 '대통령이 결정하는 바에 따라',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할 수 있다'라고 한 데서 온 당연한 의견 차이라고 할 수 있다.
1967년 제정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고 있는 이 법이 국장과 국민장의 차이와 기준을 명확히 정하지 못한 건 입법 미비다. 하지만 이를 가르는 기준을 아무리 구체적으로 정한다고 해도 막상 누가, 어디에 해당하느냐를 결정할 때에는 결국 '판단'의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대통령의 직에 있었던 자'를 판단할 때를 보자.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현직에 있다 서거하면 국장으로 하고,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처럼 퇴임 후 서거하면 국민장으로 하도록 법에 정했다 해도 과연 그것이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역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장의 대상이 되는 또 하나의 경우인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김으로써 국민의 추앙을 받은 자'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자칫 '전 국민의 국장화'나 이념 대결만 부를 수 있다. 그렇다면 역시 믿을 건 국민의 마음과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다.
우리 헌법은 당대 국민만의 규범이 아니라 후속 세대의 장전(章典)이기도 하다. 전직 대통령마다 그들이 서거한 당시의 세대들이 자연스레 이루는 공감대를 통해 국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법의 참뜻일 수 있다.
그렇지만 차제에 국장 등에 관한 법을 정비하는 일은 필요하다. 대통령의 직에 있었던 자를 무조건 국장이나 국민장 대상에 넣기보다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에서 장의에 관한 사항을 따로 규정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현행 국장 관련 법은 전직 대통령이 극소수라는 전제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전직 대통령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 이들 모두를 무조건 국장과 국민장 대상에 넣어야 할까. 또 왕조국가에서처럼 국장을 임시 공휴일로 하는 등의 절차와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같이 스스로 가족장을 선택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도 법의 정신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