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뉴데일리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뉴데일리

    李明博 대통령이 스스로 외신 인터뷰에서 '北核 개발 지원자'라고 지목하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을 國葬으로 하고,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도록 결정한 데 대한 분노의 여론이 글쓰기, 시위, 저주, 경멸, 분노의 형태로 무섭게 퍼지고 있다. 오늘 내가 접한 분노의 聲討를 그대로 담기는 불가능하다. 살벌하고 섬뜩한 욕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러 이야기를 종합하면 李 대통령의 이미지가 배신자, 겁쟁이, 장사치로 굳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 불만을 터뜨린 사람들의 80% 이상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그를 찍었던 사람들이었다. 
     
    인간의 감정 가운데 가장 오래 가는 것이 배신감이다. '배신에 치를 떤다"는 말 그대로이다. 李明博 대통령의 최근 행태를 종합하면 그가 결국은 '김대중 노선의 추종자'로 전락하였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敵 편으로 투항해 갔다는 것이다. 막강한 물리력과 막강한 법률상의 권한을 갖고도 이런 투항노선을 보인 데 대하여 "이명박은 원래부터 좌파인데, 이제 本色을 드러냈다"는 말까지 나온다. 

    작년 이맘 때 일이 떠올랐다. 
     
    작년 8월15일 오전 옛중앙청 광장(경복궁 앞뜰)에서 열렸던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중앙경축식' 행사에 참석했었다. 李明博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60년은 성공의 역사, 발전의 역사, 기적의 역사였다'고 강조했다.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좌파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우리는 '정의가 실패한 역사'였다는 저주를 듣고 있었을 것이다. 
      
    李 대통령은 '기적의 역사는 국민 여러분이 모두 함께 써내려간 것'이라고 했다. 李 대통령은 이어서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던진 순국열사, 6.25 전쟁에서 산화한 무명용사, 이역만리에서 고생한 간호사와 광부들, 불의와 독재에 맞서 싸운 학생과 시민' 등이 없었다면 자유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 민주화의 길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李 대통령은 '건국 6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끝내 建國의 주인공인 李承晩 대통령과 建國세대를 언급하지 않았다. '태안바닷가에 내 일처럼 뛰어나온 자원봉사자들'에겐 감사하면서 악랄한 좌익과 멍청한 미軍政 당국과 싸워서 자유민주 국가를 건설한 주인공들에겐 감사하지 않았다. 국가의 생일 잔치날 축하연설에서 주인공의 이름을 뺀 것은 실수가 아니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좌익들이 建國 60주년이란 말의 사용에 대해서 시비를 거니까 연설문 작성자가 뺐는지도 모른다. 연설문 초안엔 들어 있었는데, 대통령이 뺐는지도 모른다. 李 대통령이 세계가 알아주는(일본만 빼고) 우리 建國 대통령의 위대성을 알아볼 안목이 없다면 이는 국가적, 인간적 불행이다. 
      
    경위야 어떻든 李明博 대통령은 그의 생애에서 결정적 의미를 갖는 연설에서 결정적 실수를 했다. 신라의 三國統一을 축하하면서 김유신을 거명하지 않는 것과 같다. 미국의 독립을 이야기하면서 워싱턴을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성경을 가르치면서 예수를 擧名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한글의 내력을 이야기하면서 세종대왕을 언급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한민족사상 가장 성공한 나라 대한민국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그 대한민국의 始祖(시조)격인 李承晩에게 감사하는 말이나 평가하는 말이 한 마디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야 현대사 교육이 제대로 될 것이 아닌가? 그래야 교육부가 전교조의 현대사 왜곡을 단속할 생각이라고 할 것 아닌가?
      
    대한민국의 건국은, '국민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이승만과 국민들'의 작품이다. 이승만이 없었더라면 국민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세울 수 없었던 대한민국이다. 
      
    李明博 대통령은 '독재와 싸운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라고 칭찬하였는데, 전 정권을 '독재'라고 욕하려면, '친북정권과 맞서 싸워 정권을 되찾아온 수많은 시민'에 대해서도 감사의 표현이 있었어야 공정할 것이다. 촛불亂動 사태를 당하여 쩔쩔 매는 그를 구해준 국민과 신문과 경찰에 대한 감사의 표현도 없었다. 
      
    日帝를 쳐 한민족을 해방시켰고, 건국-호국-산업화-민주화의 든든한 동반자였던 미국에 대한 감사가 없었던 것도 충격적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하였던 버시바우 미국 대사가 그날 행사를 본국에 어떻게 보고했을까?
      
    建國 60년의 가장 큰 훼방꾼 김일성이 저지른 6.25 남침을 李明博 대통령은 '동족상잔' '6.25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동족상잔이란 동족끼리 서로 죽였다는 의미이다. '6.25 전쟁'이란 말에도 가해자가 없다. 외세를 업고 동족을 친 민족반역자의 범죄는 왜 굳이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면서 민족의 영도자 이승만 대통령의 建國 의미와 미국의 도움은 왜 굳이 말살하는가?
      
    李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군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사살 사건'이라고 표현해야 할 사건을 '금강산 피격 사건'이라고 지칭했다. 피격이라면 총을 맞았다는 뜻이지 죽었다거나 죽였다는 뜻이 없다. 국군통수권자가, 북한정권과 친북세력의 눈치를 보는 듯한, 겁 먹은 듯한 용어선택을 했다. 
     
    惡에 대해서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은혜에 대해서도 고마워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축식을 끝내고 청계광장에서 예정된 '이승만建國대통령에 대한 국민감사 한마당' 행사장으로 걸어가면서 한 애국운동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李 대통령은 좌익을 아직도 두려워 하는 듯하다"면서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역사적 자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걸 비전으로 제시한 대통령'을 비판했다. 국민들은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대통령은 감정과 소신이 실리지 않은 연설로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이었다. 
      
    李明博 대통령은 이승만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 도덕 불감증에 걸린 때문이 아니라 李承晩과 建國史에 대하여 無知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 정통성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한국 현대사에 대하여 無知한 것은 치명적인 결점이다. 현대사의 흐름과 의미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100% 좌익 선동에 넘어간다. 올바른 현대사 인식에서 올바른 국가이념이 형성된다. 
     
    한국 현대사에 대하여 無知하면 김정일과 김대중에게 분노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북한동포나 국군포로, 그리고 납북자에 대한 동정심도 없을 것이다. 이념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념은 감정이다. 김정일에게 분노하는 마음이 없는 한국 대통령은 반드시 좌익선동에 넘어간다. 
     
    위대한 建國 대통령은 가족장, 그 建國에 반대한 대통령은 國葬. 망조 든 나라가 보이는 행태이다. 그런 식으로 국가적 기억장치를 마비시키는 데 一助한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이다. 제대로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제대로 분노할 줄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