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수현 지음 '그 청년 바보의사' ⓒ 뉴데일리
    ▲ 안수현 지음 '그 청년 바보의사' ⓒ 뉴데일리

    그렇게 뛰어난 의대생은 아니었다. 본과 4학년 때는 유급을 한 번 당할 정도였다. 그러나 인턴이 되어 본격적으로 환자를 돌보던 그에게는 ‘빛’이 났다. 레지던트 1년 차 때 돌봤던 한 난소암 말기 할머니는 “이 어린 의사가 날 살렸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격려의 말을 해주고, 안아 주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영정사진이 걸리기 전부터 밀려오는 조문객으로 장례식장은 들어설 곳이 없었다. 어떤 계산도 깔리지 않은 순전한 슬픔, 그 한 가지로 4000명이 넘는 이들이 몰려왔다. 병원 청소하시는 이, 식당 아줌마, 침대 미는 도우미, 매점 앞에서 구두 닦는 이도 있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어린 의사가 은밀하게 베푼 사랑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구두 닦는 이는 자신에게 항상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인사하는 의사는 그 청년이 평생 처음이라고 했다.

    환자의 병을 치료할 수 없다고 해서 바라만보는 것이 아니라 한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아픔을 헤아리던 청년 의사. 2003년 군의관으로 입대해 2006년 1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달리한 그는 겨우 나이 서른셋이었다.
    갚을 수 없는 사랑의 빚을 남기고 떠난 ‘바보 의사’가 남긴 삶과 사랑에 관한 기록이다.
    아름다운사람들 펴냄, 266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