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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어제가 제헌절이었습니다.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헌법이 제정된 사실을 자축하는 날입니다. 그러나 막상 그 법을 만들어 국민에게 선포한 국회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은 많은데 여·야의 극한 대립과 분쟁 때문에 열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런 민주국가가 지구상에 또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다수당인 여당은 국회에서 안건을 심의하자는데 소수당인 야당이 결사반대하여 주먹이나 몽둥이나 쇠망치 같은 것을 들고 물리적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것이니 우선은 “책임이 야당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지만, 국회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안건을 심의·통과는커녕 상정도 못하는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여당의 책임입니다. 법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나오는 야당에 대해 속수무책인 여당에 무슨 정치능력이 있습니까. 국민이 잘못 선택한 것이죠. 법은 심의조차 못하게 하는 야당이 민주주의국가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다수결을 외면하는 이 가공할 현실 앞에 수수방관 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다음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까지 혼란과 무질서를 면하지 못할 겁니다.
아니면, 법이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무릉도원 대한민국”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북의 김정일이 핵무기를 만들어 가지고 “6자회담 영원히 끝”이라고 외치는 이 마당에 어찌 “무릉도원”을 꿈 꿀 수 있겠습니까. 야당도 여당도 한결같이 무용지물입니다.





